무면허 눈썹문신으로 50억 빌딩 산 미용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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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성형외과 일부 빌려… 반영구 화장 4년만에 건물 매입
10년간 1만7000명 불법시술 덜미

1998년 30대 중반에 미용사가 된 지모 씨(56·여)는 일 욕심이 많았다. 취직한 미용실 뒤치다꺼리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지 씨는 시간을 쪼개 손님들에게 화장품도 팔았다. 이렇게 손님들과 가까워지면서 지 씨는 이들의 대화 속에 ‘반영구 눈썹문신’ 같은 미용시술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것을 알았다. 미용시술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지 씨는 중국, 호주 등을 오가며 시술법을 배웠다. 혹시 도움이 될까 간호조무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10년 뒤인 2008년, 준비를 마친 지 씨는 미용실을 나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세(貰)를 들었다. 눈썹문신 같은 반영구 화장은 현행법상 의료시술로 규정돼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성형외과 이름을 자신의 홍보전단에 활용한 것이다. 그를 의료종사자로 안 여성들이 하나둘 병원을 찾아 시술을 받았다. 지 씨의 반영구 화장계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병원 문밖까지 줄이 이어졌다. 지 씨는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값싼 중국산 색소를 써서 시술했지만 손님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몇 년 만에 10억 원 넘게 자산을 모은 지 씨는 2012년 병원을 나와 서초구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시가 40억∼50억 원 추정)을 매입해 화장품 가게를 열었다. 업태는 화장품 도·소매업으로 신고했지만, 이제는 ‘지 원장’으로 불리며 강남에서 유명해진 지 씨의 미용시술 공간이었다. 일손이 부족해 아들까지 일을 도왔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연예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덜미를 잡혔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의사면허 없이 눈썹, 아이라인 등의 반영구 화장 시술을 한 ‘지 원장’ 지 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특사경에 따르면 지 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약 1만7000명에게 불법시술을 했다. 확인된 매출액만 36억 원에 달했다. 지 씨는 단속을 피하려고 여러 곳에 업소를 두고 장소를 옮겨가며 시술했고, 거래 내용을 남기지 않기 위해 차명계좌 수십 개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 씨는 그러나 “불법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 관계자는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에 이 같은 불법시술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앞으로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눈썹문신#무면허#불법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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