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에 받혀 침몰할 뻔… 美이지스함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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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영해서 比선박에 우현 들이받혀… 7명 숨지고 첨단레이더까지 파손
예인선 도움 받아 간신히 기지로

미국 이지스함이 일본 영해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하면서 오른쪽 측면이 크게 파손되고 승조원 7명이 숨졌다. 대북 미사일 방어의 핵심인 레이더까지 망가져 정상적인 임무 수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새벽 미 해군 이지스함 피츠제럴드가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에서 20km 떨어진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호와 충돌했다. 컨테이너선은 좌측 앞 측면에 경미한 손상을 입은 반면 이지스함은 우측 가운데 측면이 들이받히면서 일부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등 크게 파손됐다. 이지스함 승조원 7명이 숨졌고 함장을 포함해 3명이 부상했다.

피츠제럴드함은 침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군 예인선 2척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로 돌아왔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컨테이너선은 정상 항해를 이어가 예정대로 도쿄(東京)에 도착했다.

상선은 멀쩡한 반면 최첨단 군함인 이지스함만 큰 피해를 본 것은 충돌 지점과 관련이 있다. 컨테이너선의 뱃머리가 이지스함의 우현 중앙 부분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배는 앞뒤에 두꺼운 철판을 두르기 때문에 중간 부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크기의 차이도 피해를 키웠다. 피츠제럴드함은 길이 154m, 배수량 8315t인 반면 필리핀 컨테이너선 크리스털호는 길이 222.6m에 배수량은 2만9060t으로 배수량이 4배 가까이나 된다. 상하이(上海)항에서 배의 접안을 돕는 업무를 해 온 전문가 천옌청(陳炎城) 도선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마치 컨테이너 트럭이 정교한 소형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이지스함은 동시에 수백 개의 목표를 탐지하는 고성능 ‘SPY1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지만 이는 탄도미사일 등 공중 공격 탐지용일 뿐이다. 주변 선박을 탐지할 때 사용하는 대(對)수상 레이더 성능은 일반 선박과 별 차이가 없다.

사고로 ‘SPY1레이더’가 심하게 파손되면서 대북 미사일 방어 체계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탄도 미사일을 추적 탐지하는 이지스함은 미 해군 7함대와 해상자위대를 합쳐 11대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함정이 정기 점검, 훈련 등으로 수개월 단위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고는 일미 안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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