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승장구 외교관 현학봉의 운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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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부상 승진 예정됐지만 태영호 망명 못 막아 조기소환
‘후견인’ 이용호 외무상 불똥 튈수도

김정은의 엘리트 공포정치가 강화되면서 태영호 공사 망명 직후 본국으로 소환된 현학봉 주영 북한대사(사진)의 운명도 ‘풍전등화’ 격인 상황이다. 그는 태 공사 망명 전부터 외무성 부상(한국의 외교부 차관)으로 승진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사관 2인자의 한국행을 사전에 파악해 막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현 대사는 7월 외무성 부상 내정 소식을 들었으며 9월경 후임 대사의 아그레망(주재국 외교관 임명 동의)이 마무리되는 대로 ‘금의환향’이 예정되어 있었다”며 “하지만 태 공사 망명이라는 대형 돌발 악재가 발생했고 예정보다 한 달 빨리 본국으로 소환됐기 때문에 거취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 대사는 2011년 12월부터 주영 대사를 맡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마다 “핵 무장은 정당하다”며 북한 입장을 앞장서서 대변해 왔다. 하지만 김정은의 지시로 대사관에 대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검열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 대사의 승진까지 허락한다면 주재국 외교관들의 기강 해이를 용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외무성 후배인 현 대사를 부상에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이용호 현 외무상(장관)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이 태 공사의 망명을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개인적 문제로 몰고 있다는 점에서 현 대사와 이 외무상의 거취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후임으로 내정된 최일 외무성 국장은 전임자인 현 대사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최 국장은 민간 비정부기구(NGO) 단체로 포장한 조미민간교류협회 부회장 및 외무성 참사관 자격으로 미국에서 근무한 미국통으로 알려졌다. 현 대사도 주영대사 직전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을 거쳤다. 북한이 미국통을 잇달아 영국 주재 대사로 파견하는 것은 영국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관문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태영호#현학봉#주영북한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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