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늘서 보고 계시죠?” 정슬기 77경기 만에 첫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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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기가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아버지 정지욱 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KLPGA 제공
정슬기가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아버지 정지욱 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KLPGA 제공

“꼭 우승해서 우승컵 들고 갈 거라고 약속했는데….” 기자회견 도중 엄마 얘기를 하던 정슬기(23)는 울음을 터뜨렸다. 정슬기는 9일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치며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한 타 차(9언더파) 공동 2위가 5명이나 됐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 끝에 거둔 뜻깊은 우승이었다.

“힘든 경기 끝에 우승까지 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던 정슬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머니가 결국 먼 곳으로 가셨지만 하늘나라에서 나를 지켜봐 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슬기는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양어장 겸 식당 한구석 빈 땅에 타석을 만들어 어렵게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까지 차로 20분가량 걸리던 시골에 살면서도 골프 선수의 꿈을 향해 열심히 골프채를 휘둘렀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투어에서 뛴 정슬기는 올해까지 3년 동안 상금 40위 이내에 진입해본 적 없는 무명 선수. 올해도 이번 대회 전까지 상금 57위(7000만 원)에 머물러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했다. 77번째 출전 만에 우승한 정슬기는 “앞으로 남은 7개 대회에서도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딴 건 몰라도 체력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정슬기#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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