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스타 김태훈 “어릴 땐 골프채 대신 하키스틱 휘둘렀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13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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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박준섭-이수민-김지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PGA
김태훈-박준섭-이수민-김지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PGA
■ 동계종목 출신 골프스타들

김태훈, 2년 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
박준섭·김지우는 빙상종목 유망주 출신
평창이 고향인 이수민은 스키 먼저 접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하는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코리안투어 골프선수들이 있다. 김태훈 박준섭 김지우 이수민이다.

골프는 하계올림픽 종목이다. 눈, 얼음과는 상극이다. 게다가 지금은 골프선수들이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여기서의 성패가 골프선수의 1년 농사를 판가름 난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도 이들의 시선은 평창과 강릉으로 향한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누구보다 많은 응원을 보낸다.

이유가 있다. 이들 4명은 골프선수로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동계종목의 선수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KPGA코리안투어에서 2승을 거둔 ‘테리우스’ 김태훈(33)은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하키를 먼저 만났다. 12세부터 2년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다. 고향 전주에서는 유망 선수로 손꼽혔지만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중학교가 인근에 없었다. 결국 아이스하키를 접었다.

김태훈은 “한창 재미를 붙이던 시기여서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런 김태훈에게 큰아버지는 골프를 권했다. 김태훈이 14세 때였다. 큰아버지는 해태 타이거즈의 전설 김준환(63) 원광대 감독이다.

김태훈은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기초체력을 쌓은 덕분에 골프를 배울 때 많은 도움이 됐다. 하키와 골프의 스윙이 비슷해서 골프 습득이 빨랐다. 아이스하키가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다. 취미로라도 배우고 싶지만 부상 위험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베트남에서 전지훈련 중이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직접 가보지는 못하지만 방송을 보면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2015년 ‘카이도골프 LIS투어 챔피언십’ 이후 우승이 없는 김태훈이 시즌을 앞두고 해외에서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2013년 KPGA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박준섭(26)은 7세 때 쇼트트랙을 먼저 시작했다. 쇼트트랙 서울시 대표선수였다. “단거리보다 장거리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집에 메달이 많은 걸로 봐서는 꽤 좋은 선수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쇼트트랙 유망주는 13세 때 무릎을 다쳤다. 고민 끝에 스케이트를 벗었고 이후 골프로 전향을 결심했다.

박준섭은 “시작할 때부터 골프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쉽게 적응했다. 쇼트트랙을 통해 균형감과 하체의 힘을 키울 수 있어 골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어렸을 적에 동계스포츠를 했던 만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더욱 관심이 간다. 힘들게 준비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 거두기를 응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PGA 챌린지투어 상금순위 2위에 오르며 4년 만에 KPGA코리안투어에 등장한 김지우(28)는 7세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해마다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횟수만 30번이 넘는다. 13세 때는 스피드스케이팅 주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과 함께 훈련했던 스피드 스케이팅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스스로 스케이트를 벗고 골프를 선택했다. 골프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생명이 짧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던 선배가 10만원 짜리 레슨시장을 전전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회의감이 들었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MTB 등 다른 운동을 고민하던 도중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골프가 쉽지는 않았다 “역동적인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절제된 동작과 상대적으로 정적인 골프로 전향한 뒤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실 적응한 지도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가 재미있고 매일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우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과 어렸을 때 5∼6년 동안 함께 숙소생활을 했기에 각별한 사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을 너무 잘 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올림픽이 항상 목표였고 꿈이었다. 지금도 나가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가 하계올림픽 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만큼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2015년 KPGA코리안투어 명출상(신인상) 수상자 이수민(25)은 골프 이전에 스키를 먼저 접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다. 이수민의 아버지 이정열(53)씨는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이사로 있는 스키선수 출신이다. 평창에서 스키샵도 운영하고 있다.

이수민은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키에서 골프로 전향했다. 골프의 비전을 믿었고 이수민의 재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답하듯 이수민은 골프에 재능을 보였다.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3 년 ‘군산CC오픈’에서 우승했다. 프로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6번째 아마추어 선수였다. 2015년에는 프로선수 자격으로 ‘군산CC오픈’ 정상에 다시 올라 아마추어와 프로로 같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진기록을 써냈다.

이수민은 “아버지께서 체력훈련을 많이 시키셨다. 특히 하체 트레이닝을 많이 했는데 산도 많이 올랐다. 용평스키장 슬로프도 많이 뛰어 다녔다. 스키도 하체가 중요하듯 골프도 하체가 탄탄해야 성공한다. 고향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니 감회가 새롭다. 출전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2016년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뒤 유럽투어에서 활동하는 이수민은 15 일부터 열리는 ‘NBO오만오픈’에서 우승을 노린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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