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앞 아침 음주단속 “또 면허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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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기습단속 동행해보니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앞 도로에서 경찰이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특별단속에서는 아침까지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젊은 운전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정현우 기자 edge@donga.com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앞 도로에서 경찰이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특별단속에서는 아침까지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젊은 운전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정현우 기자 edge@donga.com
2일 오전 7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역 사거리. 영하 7도에 칼바람이 부는 추위 속에 도로 한쪽에서 경찰과 젊은 여성 한 명이 실랑이 중이었다. 경찰은 한 손에 음주측정기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 ‘벤츠 E350’ 운전석에서 내린 여성에게 측정기를 내밀었다. 얇은 코트 속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은 좀처럼 측정기에 입을 대지 않았다. “앞니가 깨져서 잘 안 된다”는 이유였다.

경찰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로 앙 물고 불어라”라고 요구했다. 여성은 “춥고 긴장해서 잘 안 된다”며 맞섰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경찰 요구에 “없다”며 버텼다. 실랑이는 10분가량 이어졌다. 결국 여성은 측정기를 입에 물고 숨을 내쉬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95%. 면허정지 수준(0.05% 이상)이었다. 그제야 이 여성은 “친구들과 클럽에서 맥주 한 잔만 마셨다”며 후회했다.

금요일 오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이 불시 음주단속을 실시한 것이다. 클럽 일대 음주운전 단속은 올해 처음이다. 평일이지만 아침까지 이른바 ‘모닝 클러빙(morning clubbing)’을 즐기는 운전자가 단속 대상이다.


약 1시간 10분 동안 신사역 사거리 일대에서만 음주운전자 10명이 적발됐다. 대부분 20, 30대 젊은 운전자였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잡아떼던 운전자는 막상 측정 결과가 나오면 “한 번만 봐 달라”며 읍소형으로 바뀌었다. 이모 씨(33)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인 0.123%로 측정되자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씨는 “맥주 한 잔밖에 마시지 않았다. 혹시 몰라 가글을 했다가 알코올이 나온 것 같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속 경찰은 “무릎을 꿇고 빌거나 아예 자기 차량을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 씨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단속 규정을 아예 몰랐다며 시치미를 떼는 운전자도 있었다. 김모 씨(28·여)는 클럽을 나와 조수석에 친구까지 태우고 가다가 단속에 걸렸다. 처음에는 경찰 지시를 순순히 따랐다. 차량에서 내려 음주측정기를 불었다. 결과는 면허정지 수준. 김 씨는 갑자기 당황하며 “무슨 말씀이냐. 잘 모르겠다. 0.05%가 무슨 뜻이냐. 그 이상이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면서 질문공세를 펼쳤다. 이날 음주가 확인된 운전자 중 일부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49%로 아슬아슬하게 측정돼 훈방됐다.

음주운전 단속이 시작되자 근처 클럽마다 직원들이 퇴장하는 손님들에게 “단속 떴다. 대리운전 불러야 한다”고 귀띔하느라 분주했다. 삽시간에 단속 소문이 퍼지면서 대리운전 기사의 모습도 평소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김강수 강남경찰서 교통안전팀장은 “짧은 시간에도 예상보다 많이 적발됐다. 앞으로 강남 클럽 일대에서 새벽 음주단속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정현우 기자
#클럽#음주단속#면허취소#강남#기습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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