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장현]AI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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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인간-정보 상호작용(Human-Information Interaction)’이라는 신생 연구 분야가 있다. 인간이 정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를 말한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세계 최고의 기사(棋士)들을 연이어 격파했다는 정보에 우리는 두 가지로 반응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어쩌면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아주 새로운 해결책을 던져줄지 모른다는 기대감.

인간이 AI에 대해 느끼는 양가적 감정은 인류가 처음 청동검(靑銅劍)을 만들어 짐승을 사냥해 그 고기를 다듬던 날, 이 새로운 도구를 누군가가 자신을 상해하거나 죽이는 데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 순간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을 격파하는 알파고도 결국 인간이 만든 ‘인공’ 지능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말자. 인공지능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구글은 이미 ‘AI를 만드는 AI’를 활용해, 이미지와 음성인식 기술을 진보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똑똑한 AI 역시 결국 인간이 디자인한 피조물일 뿐인데도, 그 위세에 눌려 내 일자리 뺏길까만 고민한다면 우리는 AI를 제대로 다루는 데 실패할 게 분명하다.

이번에 중국에서 있었던 바둑 대결은 커제와 알파고가 격돌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AI가 팀을 이뤄 또 다른 인간·AI 팀과 대결하고, 프로 기사들이 팀을 이뤄 AI와 대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것은 예전의 바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게임의 형태이며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AI가 사람을 이겼다고 해서 꼭 그것이 바둑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바둑이 우리를 더 즐겁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AI의 사회적 파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일자리를 뺏는 악마나 만능 문제해결사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AI의 특성을 살려 농업, 의료, 미디어, 금융, 교통을 아예 새롭게 혁신할 방안을 궁리하는 게 훨씬 더 적극적인 태도다. 일론 머스크가 선박, 기차, 자동차, 항공기로 이어져온 교통수단을 넘어서 아진공 튜브를 이용한 ‘하이퍼 루프’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만에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그의 계획은 더 빠른 바퀴와 엔진을 만들려는 노력을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해버리는 초월적 발상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발상을 AI 기술을 의료에 활용하는 데 적용해 보자. 환자의 유전자 특성과 처방 가능한 약의 목록을 학습한 AI가 의사를 도와 특정한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처방해선 안 될 약들을 미리 선별하고 최적의 투약 계획을 제안한다면 약의 부작용도 줄이고 치료 효과도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이미 국내 의료진이 시도하고 있는 방향이다.

AI시대 정부의 역할 역시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정부는 기획자에서 조력자로, 추진자에서 촉진자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가수 박진영은 “왜 케이팝스타의 우승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교육시스템 바깥의 사람들이냐”고 지적했다. AI는 그러한 한계를 새로운 교육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깨보려는 실험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만들겠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역시 AI를 이용한 혁신의 영역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인간과 AI가 대체관계가 아닌 협력과 공조의 관계로 나아가는 방향에 새로운 일자리도, 경제도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인간-정보 상호작용#ai#알파고#하이퍼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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