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인회]법무부-검찰의 결탁과 돈봉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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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돈 봉투 만찬 사건은 세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뇌물, 부패, 법무부·검찰 동일체가 그것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민망한 검찰의 현주소이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이다.

첫째, 만찬 자리의 돈 봉투는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모임은 단순한 검사들의 친목모임이 아니다. 수사하는 자와 수사 받는 자의 모임이었다. 당시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우병우와 우병우와 연결된 법무부가 수사의 대상이었던 때였다. 그리고 수사 담당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들이었다. 수사 담당자와 수사 대상이 자리를 같이하고 돈 봉투를 건넸다.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직무상 대가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 나아가 주고받은 돈도 자기 것이 아니었다. 특별수사비, 특수활동비라는 나랏돈이었다. 나랏돈으로 다른 기관의 구성원에게 직무상의 이유로 돈을 건넸으니 질이 참으로 나쁘다.

둘째, 이날의 돈 봉투는 부패한 검찰 상층부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행위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상 대가관계가 있는 부정청탁만이 아니라 청탁에 관계없이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에게 지급하는 금품,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주는 금품은 예외다. 지금 돈 봉투 만찬 당사자들은 이 예외를 들어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은 금품을 주고받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청탁금지법 위반을 최종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검사들이 노골적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누가 자신들을 수사하겠으며 누가 자신들을 견제하겠느냐는 노골적인 자신감의 표현이다. 견제 받지 않는 공권력의 결과는 이처럼 부패로 나타난다. 검찰의 부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고도 변하지 않는 모습은 절망스럽다.

셋째, 이날 모임은 법무부·검찰 동일체의 현실을 보여준다. 법무부와 검찰은 독립된 기관으로 서로 협조하면서도 견제해야 한다. 이 가운데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견제가 더 중요하다. 검찰은 한국 최고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은 사실상 없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처럼 매번 대통령이 견제를 할 수는 없다. 견제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을 견제하는 공식 기관은 법무부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정에 대한 최고책임자다. 검찰청은 비록 외청이지만 행정부이므로 대통령과 장관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법무부와 검찰은 한 몸과 같다. 법무부·검찰 동일체 원칙이 지배한다. 법무부 장관은 매번 검찰 출신이 임명된다. 법무부의 주요 보직은 모두 검사 몫이다. 검사의 법무부 장악은 법률로 보장된다.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에 따르면 대변인, 감찰관, 장관정책보좌관,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법무심의관,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인권국장, 교정본부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법무연수원장 등 법무부 고위직은 모두 검사만이 혹은 검사가 임용될 수 있다.

법무부·검찰 동일체로 법무부에 의한 검찰 견제 기능은 실종되었다. 오히려 공공연히 서로 봐주고 서로 돈 봉투로 격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무부는 인권, 출입국, 외국인, 교정, 범죄예방 등 주요 기능의 전문성을 상실했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와 함께 검찰개혁의 주요 과제임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돈 봉투 뇌물#청탁금지법#법무부 탈검찰화#법무부 검찰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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