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13세와 14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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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의 나이는 ‘만 14세도 채 되지 않은(she‘s not even fourteen)’ 것으로 나온다. ‘춘향전’에서 춘향은 이팔청춘(二八靑春)으로 만 나이로 따지면 14세나 15세다. 청소년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는 어린이가 어느새 어른이 되고 사랑의 주인공도 된다.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청소년다운 사랑의 범주가 따로 생기고 줄리엣이나 춘향 식의 사랑은 더 나이 많은 어른의 것이 된다.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성인의 나이는 북유럽 국가에서는 만 15세, 한국 일본 독일 같은 전형적인 대륙법 국가에는 만 14세, 프랑스에서는 만 13세 이상으로 줄리엣이나 춘향이 사랑의 주인공이 된 나이와 비슷하다. 대개 18∼20세인 민법상 성인의 나이보다 훨씬 빠르다. 사랑과 범죄는 애증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증폭된 것일 뿐 감정에 기초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감정적으로는 그 나이에 성인이나 다름없이 격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어제 형법상 성인의 나이를 만 13세로 내리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만 13세와 만 14세 사이에 신체나 의식의 어떤 근본적 차이가 있어서 만 13세로 내리는 게 옳은지, 아니면 만 14세를 유지하는 게 옳은지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제에서 중학교 입학 나이가 보통 만 13세니까 만 13세부터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에 대한 대응이 형법상의 처벌이냐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이냐의 양자택일에 머물러서는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 만 10세부터 만 14세 미만의 촉법(觸法) 청소년에게는 소년법상의 보호처분만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보호처분이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 나이에 맞는 적절한 처벌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년법 자체가 어린이와 성인만 알던 형사법에 청소년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긴 하지만 어리면서도 벌써 성인이나 다름없는 청소년에 맞춰 더 세분화된 처벌과 교화의 방식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청소년 범죄#소년법#촉법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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