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당 청년당원 “들러리 NO”… 직접 창당해 ‘확성기 ON’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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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3부 ‘노오력’의 귀환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 아르바이트생 권익 보호…. 10년도 넘게 청년들이 사회에 부르짖는 요구사항이다. 물론 난제다. 하지만 “유독 청년들의 요구는 진척이 느리다”고 대학생 강정태 씨(27)는 말했다. 강 씨뿐만 아니라 취재팀이 만난 수많은 청년은 “일자리 등 청년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키우고 정책과 법을 바꿔야 하지만 작아진 청년 목소리로는 이뤄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청년 1∼5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청년 1의 목소리 “우린 들러리”

“86세대 선배들은 ‘액세서리’로 통했대요. 우리는 인원 동원용 ‘들러리’로 불려요. 강산이 변했지만 청년 당원들 처지는 그대로예요.” 김승엽 씨(26)는 새누리당 시절부터 청년 당원으로 만 7년을 넘게 생활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청년 당원들은 ‘이용당한다’는 불안에 자주 시달린다고 말한다. 선거 유세차 앞에서 춤추는 ‘부속물’ 이상을 꿈꾸지만 ‘이런 식으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걸까’라고 자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청년 2의 목소리 “문제라고 말하는 게 정치”

“연 10만 원의 소액 기부금도 당원이 아닌 시민으로부터는 받을 수 없어요. 신생 정당에는 불리합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대학생 임한결 씨(25)는 ‘시민 후원 가로막는 정당 후원 개방하라’란 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가 속한 청년 정당 ‘우리미래’를 비롯한 군소 정당 당원들이 정치자금법 개정을 촉구하는 장소였다. 임 씨 역시 평범한 학생이었다. 남들처럼 행시와 로스쿨을 노렸다. 하지만 청년 문제를 두고 청년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정치란 게 대단한 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가 아니면 그걸 문제라고 말하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청년 3의 목소리 “청년 정치 최후진국=대한민국”

“시시콜콜 다 들어가기 시작하면 재정 운영 자율성도 축소될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당·정치자금법심사소위원회(2015년 8월). 한 의원은 안건으로 오른 청년정치발전기금 법제화를 ‘시시콜콜하다’며 반대했다. 정당들이 국고보조금 중 10%를 청년 정치 발전에 쓰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으로, 청년 당원들의 숙원 사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심사를 맡은 의원들 중엔 청년 편이 없었다. 청년정치발전기금 법제화 관련 법안은 결국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국민의당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성찬 씨(27)는 “모든 정당이 청년 관련 내부 예산이 ‘0’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업 기안을 제출해 받는 예산을 제외한 고정 예산은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동아리 회비를 내듯 사비를 털고 현직 의원이 전달하는 후원금에 의존한다는 말도 나왔다.

청년 당원들에 대한 무관심은 국회의 청년 목소리 부재로 이어진다. 2016년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한국의 2030 국회의원 비율(2.3%)은 조사 대상 128개국 중 120위였다. 카메룬, 카자흐스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유권자 중 20대 유권자가 13%를 넘지만 20대 국회 2030 의원은 총 3명으로 전체의 1%다.

#청년 4의 목소리 “누군가 나서줬으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26세 벤처기업가 이준석 씨(32)는 여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되며 ‘청년 정치 아이콘’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후 달라진 점은 없다. 그는 취재팀에 “정치권에서는 젊은층의 ‘정책 반응도’가 떨어진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같은 규모의 예산을 써도 더 높은 연령대의 반응이 청년층보다 확실히 더 좋다는 의미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원 교수는 “기성 정당의 눈높이는 5060세대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19세를 포함한 2030 유권자 비율은 44%로 50대 이상(33.5%)보다 많았다. 하지만 2030 비율은 지난달 19대 대선엔 35.1%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은 44.3%로 늘었다.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학생 최정식 씨(27)는 “누가 취업 등 닥친 문제를 일단 미루고 정치에 나서겠나. 다들 누군가가 ‘방울’을 달아주길 바라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 5의 목소리 “청년부는 안 될까요”

제도적 기반 없이 무턱대고 나선다고 청년의 목소리가 커지기는 어렵다. 2030 국회의원 비율 최상위권을 기록한 덴마크, 스웨덴 등은 비례대표제를 적절히 활용한다. IPU에 따르면 비례대표제 국가들의 2030 의원 비율 평균은 약 30%로 소선거구제 국가들의 평균 비율인 약 2%를 월등히 앞섰다. 청년 정치 활성화를 위해선 다당제를 유도하는 비례대표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기성 정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있다. 무당파 청년 정치 조직 ‘한국청년정책학회’에는 기성 정당 청년 당원뿐 아니라 일반 대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토론을 통해 정책을 개발하고 직접 의원실을 찾아 ‘세일즈’ 하는 형식으로 활동한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 김미진 사무총장은 “청년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세밀한 자료를 얻으려면 여러 부처에 전화를 100번은 해야 한다”며 “청년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청년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김윤종 기자

#기성정당#청년당원#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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