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어 현금 편법대물림도 엄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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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미성년자’ 151명 세무조사

고액 자산가인 A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틈나는 대로 학생인 아들 계좌로 돈을 보냈다. 소득이 없는 아들 명의의 예금은 9억 원으로 불었다. 국세청은 A 씨의 아들이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세금 3억 원을 물렸다.

국세청이 24일부터 고액 예금을 가진 미성년자 151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일부 부유층의 편법 증여 때문에 부의 편중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을 사주는 무상증여를 조사한 데 이어 현금 자산으로 단속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 서민 박탈감 키우는 부의 무상증여

부모에게서 억대의 자금을 받아 예금이나 주식에 넣어 둔 미성년자가 대거 적발됐다. 한 개인병원 원장은 병원 수입 가운데 10억 원을 탈세로 마련한 뒤 자녀의 증권 계좌로 이체했다. 자녀는 미성년자이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10억 원대 주식을 소유한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고액 자산가의 며느리인 B 씨는 시아버지에게서 5억 원을 받았다. B 씨는 그 돈으로 고금리 회사채를 사들여 자녀 명의 계좌로 넣는 수법으로 부를 세습했다.

국세청 측은 “이번에 조사하는 미성년자는 모두 1억 원 이상 예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하는 게 모두 불법은 아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0년을 기준으로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 원 △성인인 자녀에게는 5000만 원까지 무상으로 증여할 수 있다. 이를 넘는 증여 금액에 대해 과세표준에 따라 10∼50%의 세율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 개발호재 발표 전 주식 증여한 사주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된 법인 40곳은 미공개 정보나 차명 주식 등을 활용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C그룹의 사주 D 씨는 미성년인 손주들에게 미리 회사 주식을 증여했다. 회사가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주가가 쌀 때 증여해 세금을 적게 낸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이후 회사가 수조 원대의 개발사업을 시행해 손주들의 재산이 크게 불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 증여한 뒤 5년 내에 발생한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

건설 분야의 대기업을 경영하는 E 씨는 임직원의 명의를 빌린 차명 주식을 이용해 수십억 원대의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주식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채권을 사주의 자녀에게 넘겨주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편법 증여한 사례도 조사할 방침이다.

○ 부동산 변칙증여자에 중과세

국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한 부동산 변칙증여 세무조사를 통해 1518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을 대상으로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자만 1375명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이번에 고가 아파트를 사거나 비싼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세입자 77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20대 후반인 한 직장인은 아버지가 대표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월급만으로는 사기 힘든 서울 성동구의 17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공정한 세(稅) 부담을 위해 부동산, 예금 등을 활용한 변칙상속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탈세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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