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김혜수… 양현석… 수지… ‘개띠’ 어벤져스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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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로 본 문화계 인맥

한국 ‘보통 남자’들의 삶을 다룬 은희경의 장편소설 ‘마이너리그’와 지난해 출판계를 뒤흔들었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두 작품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개띠들의 이야기란 점이다. 전쟁이 남긴 상흔과 산업화를 동시에 겪어낸 1958년생 개띠들은 이제 환갑을 맞았고,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을 뚫고 사회 진출에 성공한 1982년생들은 내 집 마련, 육아 부담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부침이 집약된 개띠들의 삶은 이렇게 각별하게 다뤄져 왔다. 그 뒤엔 때로는 작품으로, 때로는 행보 자체로 시대적 경험을 응축해서 보여주며 활동 반경을 넓혀온 문화예술인들이 있다. 현대사 격동의 중심에 섰던 개띠들은 문화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으로 독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금개띠 해에 활약이 더 기대되는 문화계 개띠 인맥을 세대별 특징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 현대사 부침 내면화, 한류 열풍 주도

베이비부머 핵심 세대인 1958년생들은 전쟁을 경험한 부모 아래에서 자라나며 산업화, 민주화 등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모두 관통했다. 자연히 이들은 문화계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순원 구효서 한비야 서정홍 등은 출판계에서 대표적인 중견 작가군을 형성하며 버팀목이 되고 있다. 황폐함 속에서 지낸 경험으로 유년시절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6·25전쟁을 겪었던 부모 세대와의 괴리감, 민주화 항쟁 당시의 시대적 아픔이 작품 속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1970년생들은 경제 부흥기에 태어났지만 사회 진출 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풍요와 불안을 함께 맛봤다. 20대에 한국 대중문화의 황금기를 경험한 이들은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문화계 각 분야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대표적이다. 한류 열풍의 토대를 다진 예술인 중에도 개띠가 많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비롯해 이병헌, 황정민, 김혜수, 차승원, 유해진 등 독보적 연기력을 지닌 스타들이 모두 70년생들이다.

○ 피 말리는 경쟁 뚫고 극대화된 스타성

1982년생들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했다. ‘삼포족’ ‘이태백’ 등으로 표현되는 고단한 삶 이면에 ‘욜로(YOLO)’ 문화가 공존하고 해외 문화에 개방적인 것이 특징이다. 한국 뮤지컬 배우로는 처음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선 배우 홍광호와 뮤지컬 여제로 통하는 차지연은 82년 동갑내기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배우 송혜교 비 현빈 등 글로벌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을 꾀한 스타도 많다.

1994년생 개띠 문화인들은 아이돌 그룹의 홍수 속 극한 경쟁에서 스타성이 극대화됐다. 특히 대중문화계에서 94년 개띠들은 ‘황금 라인’을 형성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과 제이홉 수지 혜리 설현 등 스타성이 큰 아이돌이 모두 94년생. 설현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의 유순호 부장은 “2010년대 초반에 데뷔한 20대 개띠 아이돌은 연간 아이돌 그룹 100개 팀이 출현하는 피 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데다 소셜미디어의 힘까지 합쳐지며 스타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계 아이돌로 입지를 굳힌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94년생이다.

박선희 teller@donga.com·임희윤 기자
#개띠#한강#김혜수#양현석#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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