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문여는 술집, 낮에만 빌려 식당 영업… 경단女도 취준생도 ‘점포 공유’ 창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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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창업 플랫폼 인기

낮에는 식당 밤에는 호프집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 위치한 나누다키친 직영점을 찾은 손님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왼쪽 사진). 이곳은 저녁에 수입맥주를 파는 호프집(오른쪽 사진)이지만 오전 11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오리엔탈 덮밥 메뉴를 파는 식당으로 변신한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기본 메뉴와 디자인은 모든 점포에서 동일하고 가맹점 특성에 맞게 
메뉴를 추가할 수 있다. 위대한상사 제공
낮에는 식당 밤에는 호프집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 위치한 나누다키친 직영점을 찾은 손님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왼쪽 사진). 이곳은 저녁에 수입맥주를 파는 호프집(오른쪽 사진)이지만 오전 11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오리엔탈 덮밥 메뉴를 파는 식당으로 변신한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기본 메뉴와 디자인은 모든 점포에서 동일하고 가맹점 특성에 맞게 메뉴를 추가할 수 있다. 위대한상사 제공
#1.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7년째 국내 거주 중인 일본인 주부 유카 씨(41)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친구와 일본식 덮밥 식당을 열기로 했다. 아이들이 집에 없는 오전 9시∼오후 3시에 식당을 열 수 있는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장애물이던 임대 비용이나 창업 정보 부족도 한번에 해결됐다.

#2. 취업준비생 오승엽 씨(33)는 학원과 스터디 일정에 맞추느라 정해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었다. 우연히 단골 맥줏집에서 낮에만 점포를 빌려 점심식사 메뉴를 파는 프랜차이즈가 운영되는 것을 보고 계획에도 없던 창업을 결심했다.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공부할 수 있고 창업 비용이 낮은 게 장점이었다.

이들은 이달 말 가게를 시작한다. 경력단절 주부와 취업준비생을 예비 사장님으로 만든 비결은 ‘공유경제 창업 플랫폼’에 있었다. 집과 사무실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 셰어오피스처럼 별도의 보증금 없이 상업 점포를 공유하는 ‘셰어스토어’(공유점포)로 공유경제가 진화한 셈이다.

스타트업 ‘위대한상사’는 공유점포 사업에 프랜차이즈 서비스를 덧입혀 소자본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나누다키친’을 이달 초 론칭했다. 저녁에만 영업하는 호프나 바의 낮 시간대 유휴공간을 활용해 보자는 취지다. 창업자는 1000만 원 정도로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핵심 상권에서 음식점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음식점 평균 창업비용(9200만 원)과 권리금 등 기타 비용(4700만 원)을 합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밤에 문을 여는 술집에서 점심뷔페를 파는 매장공유 사업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개인 간(P2P) 거래에 그치거나 단순 부동산 연결에만 머물렀다. 창업 이후에는 중재자가 없어 점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업이 실패할 경우 분쟁이 잦았다.

나누다키친은 중재자 역할, 메뉴와 식기, 인테리어 소품 디자인, 마케팅 등을 지원해준다. 창업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사업 경험과 노하우 전수를 위해 중심 상권에 직영점을 운영하며 메뉴 및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판촉이나 온라인 마케팅처럼 1인 창업자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도 대신 해준다. 국내 개인 간 거래 대출시장을 개척한 ‘렌딧’의 공동창업자 출신인 김유구 대표는 상권 분석에 정보통신기술(ICT)도 결합했다. 자체 무인 결제 프로그램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매출 현황과 판매 추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공유 서비스는 관리와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단순히 공간을 빌렸다고 사업이 성공하는 게 아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아이템과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1, 2년 전부터 활발히 늘어나고 있다. 셰어오피스 업체 ‘패스트 파이브’는 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당 월정액을 받고 사무공간을 임대해주는 스타트업이다. 기자재가 잘 갖춰진 공간을 보증금이나 전기세 등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어 프리랜서나 스타트업들에 인기가 많다. 창업 2년 만에 12호점을 열었고 현재까지 약 5000명을 입주시켰다.

셰어하우스 업체 ‘우주’는 주거 공간을 청년들의 취향에 맞게 리모델링한 뒤 위탁 체결을 모집해 마케팅과 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 전국에 총 85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입주자는 400명을 넘었다. 최근엔 대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전국 주유소 3600여 곳을 공유 인프라로 제공하기로 하고, 사업모델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공유경제#창업#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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