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살랑살랑…‘밤마실’ 하기 딱 좋은 심야여행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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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
마법의 묘약을 눈에 바른 숲의 여왕은 당나귀 머리를 뒤집어쓴 광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비를 피해 오두막에 들어간 착한 나무꾼은 방망이를 휘두르면 술과 음식이 쏟아지는 도깨비들의 잔치를 보게 된다. 백만장자 사업가 브루스 웨인의 또 다른 직업은 박쥐 옷을 입고 범죄를 소탕하는 일이다. 차례대로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 전래동화 ‘도깨비방망이’, 영화 ‘배트맨’ 이야기다. 공통점은 밤이 무대라는 것.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던 열대야가 언제였는지, 어느새 밤이면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나들이하기 딱 좋도록 선선하다. 다음 날 늦잠을 자도 좋은 주말 저녁이면 ‘밤마실’이 제격이다. 마침 9월 들어 곳곳에서 밤 행사가 펼쳐진다. 사랑에 빠지기에도, 신나게 놀기에도, 숨겨왔던 멋진 모습을 보이기에도 적합한 시간이다.

● 달빛 아래 손잡고 걷는 밤길

경복궁 경회루
경복궁 경회루
‘경회루의 야경, 사진이 아니라 직접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 ‘밤의 근정전은 더욱 위엄 있어 보여 숙연해진다’. ‘경복궁 별빛야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인터넷 후기다. 비현각에 들러 왕세자와 신하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궁궐의 부엌인 소주방에 들러 왕과 왕비의 12첩 반상을 맛보며, 경복궁 후원을 탐방한다. 평소엔 관람이 허락되지 않는 경회루에 올라 야경을 바라보면서 국악 독주를 듣는 체험은 야행의 클라이맥스다. 15일까지 진행되는 하반기 1차 야행에 이어 10월 6~20일 2차 야행이 열린다(매주 화요일 제외).

경복궁 경회루
경복궁 경회루

‘창덕궁 달빛기행’도 있다. 청사초롱을 직접 들고 창덕궁에 들어가 금천교를 건너 인정전, 낙선재, 연경당 등 여러 전각을 둘러보는 코스다. 판소리와 함께 전통무용, 그림자극 등 다채로운 공연도 열린다. 10월 28일까지 매주 목·금·토요일에 관람할 수 있으며 예매는 모두 옥션에서 가능하다.

심야책방
문화재야행은 대전 대구 인천 강릉 등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야간 문화향유 프로그램이다. 8일 오후 6~11시 열리는 수원문화재야행은 수원화성 중에서도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방화수류정과 화홍문 일대에서 펼쳐진다. 화홍문에선 형형색색의 조명을 장식한 라이트아트를, 방화수류정에선 수원시립합창단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의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수원화성 성곽의 벽면을 따라 정조의 꿈을 주제로 한 대형 걸개그림이 걸리고 다양한 등불 작품도 설치돼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아름답게 장식된 성곽길을 걷는 즐거움도 크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도 이날 야간개방을 해 관람객들에게 전시회와 밴드 공연을 선보인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수원문화재 야행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다.

성북동 야행
성북동 야행

성북동 야행
성북동 야행
이달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오후 6~10시 서울 성북구에서는 문화재야행 ‘가을걸음’을 개최한다. 시인 만해 한용운의 유택 ‘심우장’과 한양도성 등 문화재와 한국가구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 등이 야간 개방된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지훈 집터와 이태준 가옥 등 성북동 곳곳을 도는 ‘해설야행’도 준비돼 있다.


● 밤늦도록 즐거운 축제의 시간


심야책방
책의 해인 올해엔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심야 책방의 날’ 행사가 진행된다. 밤의 책 축제다. 일반적으로 서점들은 오후 9시면 문을 닫지만 이날만큼은 자정이 넘도록 운영하고, 밤새 문을 여는 곳도 있다. 이달 28일 ‘심야 책방의 날’엔 서울 용산구 ‘고요서사’, 마포구 ‘만유인력’ 등 서점 100여 곳이 참여해 독자들을 초청한다. “긴 하루 끝에 좋은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날은 더 행복해진다” 등 기대감을 내보이는 독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린 반응은 벌써 뜨겁다.

무주반딧불축제-낙화놀이
무주반딧불축제-낙화놀이

무주반딧불축제-안성낙화놀이
무주반딧불축제-안성낙화놀이

반딧불, 불꽃…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빛의 축제들은 화려하다. 반딧불이 서식지인 전북 무주 일대에서 9일까지 열리는 무주반딧불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섶다리 밟기’와 ‘안성 낙화놀이’다. 섶다리는 소나무와 솔가지, 흙으로 만든 다리이다. 지난달 폭우로 떠내려간 것을 주민들이 다시 만드는 현장이 이번 축제의 명물이 됐다. 안성 낙화놀이는 한지로 싼 뽕나무와 숯, 소금 뭉치 등 낙화봉 2500여 개에 불을 붙이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줄을 타고 이어지는 불꽃들이 흩날리는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전남 여수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수밤바다불꽃축제’에선 밤하늘에 피어나는 불꽃들이 바다에 모인 사람들을 들뜨게 할 참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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