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42〉일본의 ‘가을 생선’ 꽁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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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구이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한국인 친구들에게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생선에 대해 물으면 10명 모두 답변은 전어라고 한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재미있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반면 일본인에게 물으면 당연히 꽁치라고 답한다. 꽁치는 기름지고 저렴해 생선 축에도 끼지 못한다. 식당에 가면 굽거나 무와 함께 조려 반찬으로 나온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다.

꽁치는 에도시대(1603∼1867) 중기까지 기름기 많은 참치와 함께 가장 싼 생선이었다. 당시엔 담백한 생선을 선호하던 시기였다. 무사들은 꽁치 모양이 짧은 칼처럼 보여 먹지 않았다. 꽁치를 등불의 기름으로 사용할 때가 더 많았다. 당시 일본은 대부분 목조 건물로 옆집과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주택가 중간에도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온 동네가 잿더미가 되는 일이 빈번했다. 법으로 주택가 식당을 규제하면서 강가, 다리 위에 식당과 포장마차가 생겼고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사람들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외식을 했다. 일본의 외식문화는 그렇게 발달했다. 당시 ‘싸고 긴 꽁치’라고 쓴 현수막이 걸리면서 꽁치구이가 유행했다.

눈이 투명하고 몸은 윤기가 흐르면서 꼬리까지 통통한 30cm 정도의 가을 꽁치는 지방을 20% 정도 함유해 구이가 가장 맛있다. 소금을 뿌려 구우면 비린 맛을 없애고 몸체가 단단해져 쉽게 부스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감칠맛이 높아진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 대부분은 생선 무게의 3, 4%에 해당되는 소금에 20∼30분 정도 뒀다가 소금을 닦아내고 구우면 비린내가 없어진다. 생선을 구울 때는 접시에 놓아 보이는 쪽을 먼저 굽는다. 40% 정도 익혀 바삭하면서 황갈색이 돌면 뒤집어 반대쪽을 굽는다. 이렇게 딱 한 번만 뒤집어 익혀야 즙이 흐르며 맛이 있다. 꽁치는 10분 정도면 다 익는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동네에서 놀다 보면 화로에서 꽁치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골목길을 돌았다. 그때가 집에 들어갈 시간이다. 냉동고는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조차 없던 시절이라 근교에서 당일 잡은 것을 사와 신선한 상태로 생선을 요리했다. 아버지는 사시미(생선회)로 먼저 드신 후 내장 부분을 구워 아와모리(증류주)를 곁들였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내장에 유해균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맛보는 것조차 금했다. 우리 형제들은 내장 부분을 잘라내고 간 무와 함께 간장에 찍어 먹었다.

1962년 영화 ‘꽁치의 맛’을 만든 오즈 야스지로 감독(1903∼1963)은 이 영화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딸의 결혼을 맞이하는 황혼의 아버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장면에서도 꽁치를 요리하거나 먹는 장면은 없다. 아마도 그가 말하려던 이야기는 사랑하는 딸을 보내야 하는 씁쓸한 노인의 인생은 꽁치처럼 맛이 있지만 쌉싸래한 내장의 맛을 더하면서 나는 감칠맛이 아니었는지….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생선#전어#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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