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잃은 소년-분노 폭발 소녀, 가출의 끝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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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빌어먹을 세상…’ 의 포스먼
“10대의 열정-좌절감 솔직 표현… 암울한 결말서 희망 찾았으면”

만화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저자 찰스 포스먼은 “나는 10대 때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다. 캐릭터들을 통해 그 시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프시케의숲 제공
만화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저자 찰스 포스먼은 “나는 10대 때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다. 캐릭터들을 통해 그 시절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프시케의숲 제공
“모든 사람은 10대 시절에 열정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저는 바로 그 점이 그렇게 많은 청소년이 제 캐릭터들과 연결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만화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저자 찰스 포스먼(36·미국)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인공 제임스와 앨리사가 표출하는 감정은 꽤 보편적인 것”이라고 했다. 만화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소년’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소녀’의 이야기로, 2011년 미국에서 연재됐다. 이후 영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포스먼은 이 작품이 “달아나는 젊은 연인들에 관한 영화인 테런스 맬릭 감독의 ‘황무지(Badlands, 1973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빌어먹을…’은 엄마가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갖게 된 소년 제임스와 자신을 다람쥐나 외계인이라고 몽상하는 소녀 앨리사가 가족과 학교, 동네를 떠나 가출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 유일한 목표는 각 페이지에서 삶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플롯이나 독자를 설득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이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감정을 싣고 싶었습니다.”


제임스와 앨리사는 오늘날 예민한 정서를 가진 ‘희망 없는 청춘’을 대변한다. 루저 혹은 왕따 사이코패스, 분노조절장애를 소재로 다뤘다. 부모에게서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결핍감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주된 정서다. 불행히도 그들이 가족과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마주하는 어른들은 아동 성애자, 알코올의존증환자 등 모두 비정상적인 인물들이다.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이들은 결국 그들을 찾아 나선 경찰에게 체포된다. 히어로물 같은 결말을 기대했다면, 마지막은 조금 쓸쓸하고 허무할지 모른다.

“결말은 비록 암울하지만, 저는 청소년들이 거기서 어떤 희망을 찾길 바랍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당신과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거든요.”

포스먼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008년 미국 버몬트주의 카툰 스터디 센터(Center for Cartoon Studies)를 졸업했다. 그는 이 책이 자전적 이야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저는 아주 전형적인 교외 지역의 공립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나 10대에 우울증을 겪었고, 지금도 우울증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 점이 제가 이 나이대 캐릭터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그 시절에 대해 뭔가 설명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그는 현재는 ‘오토마(AUTOMA)’라는 SF장르물을 작업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작품에는 ‘터미네이터2’에 대한 작가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담을 예정이다.

“오토마 다음으로는 또 다른 10대 고스(Goth)물(종말이나 죽음을 소재로 한 장르)에 대한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이 길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만화#빌어먹을 세상 따위#찰스 포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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