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창희]기밀유출은 안보 실패, 엄중문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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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탄핵이라는 어수선한 정국에 국민의 불안감을 더해 주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전계획 5027의 후속 계획인 작계 5015의 훈련계획 자료 일부가 해킹당했다는 것이다. 작전계획의 상당 부분을 바꾸어야 할 정도로 중대한 기밀 유출이라고 한다. 2014년 원전 설계도 유출이나 금년의 사이버전 사령부 해킹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다.

 국민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정부가 이 사건의 공개를 머뭇거렸다는 의혹이다. 애초부터 보안 설계가 허술했다는 진단에서부터 내부자 소행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비대칭전에 대한 군 수뇌부의 관심 부족과 사이버사령부의 역량 부족을 우려하기도 한다. 사고 원인은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 서버에 악성코드가 침투한 상태에서 비밀자료 저장장치와 랜카드 등을 부주의하게 관리하여 발생한 규정 위반과 기강 해이로 추정된다.

 북한의 핵 전력화에 대응해 국방부가 구축 중인 한국형 3축 대응체계(킬체인, KAMD, KMPR) 가운데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는 대량응징보복 개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확실한 조짐이 있을 경우 이를 먼저 제압하고 또한 반격 작전으로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줌으로써 북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평양을 초토화해 감내할 수 없는 손해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개념에는 한미 특수전 부대의 북한 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한 참수작전도 포함되었을 수 있다.

 북한 지도부라는 고가치표적(HVT·High Value Target)을 겨냥한 제거작전에 대한 정보 수집은 북한의 지상명령 최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 되는 북한 사이버전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총동원 침투작전을 전개하였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비상한 보안의식을 가지고 정보 유출에 대비했어야 했다.

 필자가 16년 전 국방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비화장비를 엄격히 운용하고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등 보안 관리가 철저했다. 반면 최근 들어 우리 군에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주 전 오사카대에서 개최된 일본의 민간학회에 통막(합참)과 각 막료감부(각 군 본부)의 과장급 실무자의 현황 보고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많은 일본 기자가 금지 요청에 따라 일절 촬영과 녹음을 하지 않고 협조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의 규정 무시 풍조와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두 달 전 한미연합사에 대학원생들을 견학시킬 때 미군 전략처장이 세밀하게 인원 보안을 체크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보안의식이 몸에 밴 조직에는 빈틈이 있을 수 없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점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군의 기강 해이와 안일한 보안 의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내년까지 비상 정국이 계속되면서 안보 취약점이 노출될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주변 안보환경 때문에 비상한 위기관리 체계가 절실한 때다. 국민들은 군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오로지 자기 역할에 충실하여 안보 취약기를 무사히 넘길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국가안보의 실패와 패전은 종종 사소한 정보 유출에서 비롯되었다. 러일전쟁 때 러시아의 발틱 함대는 후미의 병원선이 밤에 잠시 불을 켜는 바람에 발견되어 일본에 참패당하였다. 금번 사태의 위중함을 고려할 때 우리 군의 사이버전 태세에 대한 전반적 점검이 시급하다. 그리고 재발 방지의 첫걸음은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에서 시작해야 한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밀유출#박근혜#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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