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육아휴직 여성 절반만 직장 복귀하는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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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쓴 뒤 직장에 복귀한 여성 가운데 절반가량이 1년도 못 다니고 직장을 떠난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후 종전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은 56.6%에 불과했다. 3개월간 출산휴가만 쓴 여성은 80%가 1년 뒤에도 근무하는 것과 큰 차이다.

모성 보호를 위한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우리 직장 문화 탓이 크다.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할 때나 복귀해서 따가운 눈총을 받다 보면 얼마 벌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집에서 육아를 하는 것이 낫다고 체념하게 된다. 근로 시간이 긴 점도 워킹맘이 퇴근 후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게 만든다. 충실한 육아휴직은 아직은 대기업 정규직 워킹맘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다.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경력단절 현상이 심화된다는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 결과는 육아휴직이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공약은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산휴가 뒤 자동 육아휴직제’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민간기업 3년 휴직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부모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등이 그렇다. 아예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여성 근로자 5명 중 2명에게는 모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여성 근로자가 결혼·출산으로 승진과 임금, 보직 등에서 차별받지 않고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일·가정 양립정책이 고루 적용되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은 저출산 문제를 조감도처럼 내려다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육아휴직#직장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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