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파쇄기로 증거인멸 의혹, 檢 왜 압수수색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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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가 문서 파쇄기 26대를 구입해 증거인멸 작업을 한 의혹이 있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했다. 백혜련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논란이 된 뒤인 지난해 9월 27일 파쇄기 2대 구매를 요청했다. 이어 최순실 씨의 태블릿PC가 보도된 다음날인 10월 25일 6대, 최 씨 구속 뒤인 11월 7일 6대를 요청했다. 또 박영수 특검팀이 제2의 태블릿PC를 확보한 다음 날인 올해 1월 11일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전날인 2월 2일에도 각각 6대씩 구매 요청을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한마디로 사실 무근”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 구매한 것들이 너무 오래돼 교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해명대로라면 야권의 의혹 제기는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의 억측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그간 거짓 해명을 한 적이 많은 데다 압수수색도 극구 거부한 터여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실제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고 야당은 줄곧 증거인멸 가능성을 지적해왔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8조는 ‘대통령기록물이 전자적으로 생산·관리되도록 하여야 하며 전자적 형태로 생산되지 아니한 기록물에 대하여도 전자적으로 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서면 보고를 받는 등 종이 문서에 많이 의존했다. 이런 문서들은 생산과 반출, 폐기 등의 기록이 남지 않아 인멸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생산된 각종 회의자료, 보고자료, 인사기록 등은 국정 농단의 진상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봉인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면 최대 30년간 열람이 제한돼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21일 검찰에 소환되는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인정할 개연성은 낮다. 결국 검찰이 얼마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공소 유지가 달렸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없다는 검찰은 그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의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청와대 문서 파쇄기#증거인멸#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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