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盧 사람들의 외교안보 중단 요구, 문재인 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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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포럼이 13일 긴급 논평을 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은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포럼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중심이 돼 ‘햇볕정책’의 계승을 주장하는 단체다. 포럼은 또 “각 부처의 공무원들도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며 마치 정권을 잡은 점령군이라도 된 듯 오만하게 공무원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선장도 없는 대한민국호(號)에 외교·안보·경제의 ‘삼각파도’가 몰려오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다음 달 정상회담을 갖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직접 담판하지만 한국은 대통령 유고(有故)로 정상외교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대북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대북압박 외교를 위해 동남아 순방에 나섰다. 비상 항행에 여념 없는 선원들한테 손놓고 있으라니, 한국이 이대로 난파해도 좋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 포럼의 상임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다. 햇볕정책 전도사로 꼽히는 그는 과거 “북한의 핵·생화학 무기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 방어 또는 협상카드용” “사드는 북한 공격 대응용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라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공동대표인 이종석 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대북관이 유사한 이들의 논평을 문 전 대표 측이 미리 알았거나, 사전 조율을 거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실정을 탓하기 전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퍼주기’로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는커녕 개발비용을 댔다는 논란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표를 불안하게 보는 것도 북에 퍼주기만 하고 한미동맹은 되레 악화됐던 햇볕정책의 ‘시즌2’가 열리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정 공백의 안보경제 복합위기에서 공무원들에게 ‘부역’ 운운하며 일하지 말라는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에 충성하려는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표도 이들과 같은 견해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김대중#황교안#한반도평화포럼#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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