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中 권력층 상대 ‘부패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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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부패 소설 ‘인민의 이름으로’

중국에서 요즘 최대 화제는 반부패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다. 후난(湖南)위성TV에서 3월 28일 시작해 4월 28일 52회(회당 약 50분)로 끝난 이 드라마는 5월 3일 현재 동영상 사이트 유쿠나 아이치 등을 통해 60억 회 이상 재생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한 이후 진행 중인 ‘파리에서 호랑이까지 때려잡는’ 부패척결을 주제로 한 것이다.

중국 광전총국(현재 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 확대)이 2004년 공산당 일당 집권과 지도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부패나 공안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는 황금시간대에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한 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다룬 드라마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2012년 11월 시 주석 집권 이후 반부패 기치 아래 부활했다. 이 드라마도 최고인민검찰원의 드라마 제작 기관 ‘최고인민검찰원 드라마센터’ 주도로 제작됐다.

이 드라마는 정치소설가 저우메이썬(周梅森)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했고,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썼다. H성(省)에서 수십억 위안 규모의 주택단지 개발 비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뇌물, 정경유착, 파벌, 권력기관 간 암투, 비리 관료의 미국 도피 등 온갖 부조리가 등장한다. 최고인민검찰원 반탐국(反貪局) 소속 허우량핑(侯亮平)이라는 40대 초반의 중간간부를 H성에 내려보내 부서기급까지 도려낸다는 내용이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부패 공직자 낙마 소식이 나오고 비리 규모의 액수가 천문학적인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인민의 이름으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렇듯 생생하게 부패의 내막을 보여준 예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지낸 뒤 부패 혐의로 낙마한 쉬차이허우(徐才厚·2015년 3월 사망)의 베이징 자택 지하실에서는 미국 달러와 유로, 위안화 등 현금만 1t 넘게 발견됐다. ‘인민의 이름으로’에서 중앙정부 자원개발담당 부처 처장급 관리의 별장 2층 방의 한쪽 벽면은 100위안 현금 뭉치로 채워지고, 침대 매트리스 대신 현금이 깔려 있는 데다 냉장고 안도 현금으로 가득 차 있다. 현금만 2억 위안(약 320억 원) 이상으로 은행에서 가져온 현금 계수기가 밤새 세다 고장이 날 정도다.

책이나 드라마 모두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과 인민에 대한 봉사를 강조하는 ‘반부패 계몽’조인 것은 중국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다만 반부패 현상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패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패’라는 당근은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윤활유로 작용했고 개혁 개방과 경제발전에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문제다. ‘부패는 마약과 같아서 너무 심각하면 심신을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결론지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소설 인민의 이름으로#부패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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