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최재동]범죄 혐의자도 보살피는 미국의 자살 방지 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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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동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심리분석관
최재동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심리분석관
최근 한국에서 정치적인 사안으로 조사를 받던 현직 검사와 아이돌 그룹 멤버의 자살 소식이 나왔다. 너무나 안타까운, 그러나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바로 자살이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인 인구 10만 명당 약 28.5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13명)의 두 배 이상이다. 상대적으로 자살률이 낮은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는 자살 대처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는 주정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국에 자살 예방 상담 무료전화가 설치돼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상담해 준다.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진 홍보물도 제공한다.

자살 위험자를 72시간까지 응급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입원시키는 제도도 시행한다. 경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및 간호사, 전문 상담사들이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강제로 입원시킨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강제로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가족, 지인들이 항의하는 사례도 거의 볼 수 없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인권보다 생명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자살이 발생하면 정부, 병원, 민간 전문단체들이 주변인을 대상으로 상담치료를 실시한다. 여기에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친척이나 직장 동료, 친구도 포함된다. 필요할 경우 투약과 장기적인 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의료지원 서비스도 잘 갖춰져 있다. 검찰이나 경찰에 소환됐거나 수감됐던 재소자들에게 투약,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한다. 수사기관에 정신건강 전문가가 근무하거나,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전문가를 두고 자살 징후가 나타나면 응급격리제도를 적용하기도 한다. 정신질환이나 마약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 근무자들에게는 자살 예방교육을 받도록 한다. 자살 징후가 보이는 경우 바로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살에 대한 각종 정보는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교육기관 등에서도 공유해 자살 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는 이 같은 자료가 수시로 전달되고 교육도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미국 언론도 자살 예방에 협조한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은 묘사하지 않고 간단한 기사로만 보도한다. 모방할 수 있는 표현은 피하고 유서도 공개하지 않는다. 언론사들이 합의했다. 한편으로는 더 나은 자살 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재동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심리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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