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태영]자치분권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몇몇 지인들로부터 강력한 자치분권 추진에 대한 우려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지나친 자치분권으로 행여 국가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자치분권이 행여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 자치분권 추진을 포기해야 하는가?

과연 자치분권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까? 국가경쟁력과 관련이 깊은 국가브랜드 개념을 처음 소개한 영국의 컨설턴트 사이먼 안홀트는 최근 “도시경쟁력에 바탕을 두지 않는 국가경쟁력은 허구”라고 했다. 국가경쟁력이라는 추상적 구호보다는 내 삶과 보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도시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가경쟁력이 높은 선진 국가들 대부분이 분권국가라는 사실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방 국가들을 예시하지 않더라도 분권화된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이 더 경쟁력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치분권에 바탕을 둔 지역경쟁력과 도시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자치분권은 국가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의 경우도 6개 권역별 분권화된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서 지역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획하고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수직적 분업의 시대가 종말을 고한 지 오래다. 중앙집권적인 소련이 단명한 것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자신의 책임하에 지역에 맞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호응을 얻는다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사무소 서비스, 전남과 충남의 100원 택시제도 도입 등을 통한 낙후지역 주민의 이동권 확보, 제주도의 자치경찰에 의한 효과적인 감귤 단속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제규모가 거대해짐에 따라 특정 국가의 영향력이 국내외적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지역 단위의 생활경제에 대한 관심과 고용, 투자 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국가보다 도시가 더 큰 관심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은 베를린, 파리, 뉴욕과 경쟁하는 시대다. 작은 것에 관심을 두고 큰 것을 지향해야 하는 편이 더 현실감 있다. 자치분권은 자생적 지역발전을 위한 선결조건이자, 도시경쟁력 제고와 내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플랫폼이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인 획일적 관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서 자치분권의 추진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자율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독특한 우리 정치문화를 감안하면 자치분권은 그 자체로 성가신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추가적인 번영과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한다면 이제 스스로의 책임하에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 자치분권은 일각에서 오해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보편적 가치이기에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핵심 과제다.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자치분권#중앙집권#국가경쟁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