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창에 ‘對南도발 총책’을 보내겠다는 北의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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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오늘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방카 일행을 청와대에서 맞아 상춘재에서 만찬을 베푸는 등 정상급 의전으로 예우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단장으로 보내겠다고 어제 통보해왔다. 정찰총국장 출신의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사건을 비롯한 대남 도발을 지휘한 인물로 한미 양국의 제재 대상이다.

백악관의 이방카 방한 발표 직후 나온 북한의 김영철 파견 통보는 미국과의 신경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방카에게 쏠릴 세계의 시선을 대남 유화 공세로 흩뜨려 평창을 이방카의 독무대로 내주진 않겠다는 것이다. 김영철은 김정은이 12일 남북화해를 발전시키라며 ‘강령적 지시’를 내린 대남 부문의 책임자다. 김정은은 깜짝 제안을 내놓으며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를 시험해 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대남 도발 총책을 보내 우리 사회 내부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떠보겠다는 심산이다. 아울러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 균열을 내고 한미동맹을 이간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부가 미국의 제재 예외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문 대통령과의 만남까지 예고한 것은 성급하고 경솔했다.

25일 폐회식에 이방카와 김영철이 나란히 참석하더라도 접촉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나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일행의 청와대 회동 같은 불발된 이벤트를 연출할 여지도 없어진 듯하다. 특히 이방카는 북한 문제엔 선을 긋고 스포츠 외교사절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당초 추진하던 탈북 여성들과의 만남도 없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다만 이방카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로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방카는 단순히 대통령의 딸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비밀병기’로서 아버지의 눈과 귀 역할을 했고, 백악관의 정식 직위까지 가진 실세 중 실세다. 이방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각별히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방카의 3박 4일 방한 행보 하나하나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조성된 남북 해빙 기류가 한미동맹의 균열을 걱정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대북 공조로 김정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평창 폐막 외교’로 북-미, 나아가 국제사회의 커튼콜을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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