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영원한 베타버전 정신으로 배워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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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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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과기정통부 ‘실리콘밸리 대학생 인턴’ 사업

3기 참가자 8인의 포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PT) 등이 주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학점 연계 프로그램 인턴십 3기’에 선발된 학생들이 서울 강남구 SW마에스트로연수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19일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 약 6개월간 현지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인턴십을 할 예정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3기 참가자 8인의 포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PT) 등이 주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학점 연계 프로그램 인턴십 3기’에 선발된 학생들이 서울 강남구 SW마에스트로연수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19일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 약 6개월간 현지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인턴십을 할 예정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진로를 바꿔 이공계열로 간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수학이 어려워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실리콘밸리 티켓도 받았죠.”

서울과학기술대 3학년 조민재 씨(24)는 19일 스타트업의 성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로 떠난다. 설립된 지 4년째를 맞은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인 ‘피지오큐(PhysioCue)’ 인턴으로 선발됐기 때문. 고교 2학년 때까지 문과였던 그는 정보기술(IT)경영을 전공하고 싶어 뒤늦게 이과로 옮겼다. 수학이란 난관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당당히 기회를 잡은 것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PT),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가 공동 주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학점 연계 프로그램 인턴십 3기’ 프로그램에 8명의 학생이 선발됐다. 모두 대학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보경영 등을 전공하는 이공계 학생들이다.

선발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프로젝트 수행능력이었다. 단순한 자격증보다 실제 경험을 소개하는 게 중요했다.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한휘 씨(24)는 교내 아이디어 해커톤(단기간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진대회) 수상 경력을 앞세웠다. 한 씨는 이 대회에서 2016년 사고를 당한 어린아이가 응급실 치료를 거부당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환자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바로 찾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고우진 씨(25·강원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3학년)는 육군본부 중앙전산소에서 일했던 업무경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습 동아리 경험을 강조했다.

전공 지식에 대한 자신감도 중요하다. 또 다른 참가자 문희호 씨(25·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4학년)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4회나 받았다. 이공계 국가 우수 장학금을 받거나 교내 학술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들도 있었다. 선발을 담당한 IIPT 측은 기수마다 최종 선발된 학생들의 학점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미국 현지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능력’ 역시 빠질 수 없는 평가항목이다. 유창할 필요는 없지만, 작업에 대해 영어로 소통할 정도의 실력은 필요하다. 경상대 정보통신공학과 김민성 씨(24)는 “정보기술(IT)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구글 검색’은 필수”라면서 “검색한 코딩 관련 자료들이 모두 영문이라 어학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성한 씨(23·전북대 소프트웨어공학과 4학년)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며 영어실력을 키웠다.

8명 참가자 모두 IT공학 분야를 전공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입을 모았다. 선발된 학생들 중엔 고교시절 문과를 택했다가 진로를 바꾼 이들도 2명이나 있었다. 삼육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하재근 씨(24)는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문과 쪽으로 치른 뒤 교차지원을 해서 공대에 진학한 케이스다. 인문사회계열에서 중시되는 어학 능력은 기본이요, 기술까지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공학을 전공하고 나니 국내에서 인턴십 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며 “영어를 사용하면서 현업의 분위기까지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번 실리콘밸리 인턴십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학점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통 학부생들은 한 학기에 18학점을 이수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 한 학기 분량의 전공학점을 인턴십을 통해 채울 수 있다. 인턴십을 하기 위해 졸업을 늦출 필요 없이 일과 학점 이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취업 기회만 바라보고 도전하기엔 공학 공부가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기본 기술만으로 현업에 뛰어드는 건 어렵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익혀야 하는 부담도 있다. 명지대 서윤주 씨(22)는 “1학년 때 컴퓨터 공부가 무척 어려워 쉬운 분야부터 차근차근 접근했다”며 “경영학과 IT 분야가 적절히 섞인 과목들을 통해 공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고 밝혔다.

지난해 ‘ICT 학점 연계 프로그램 인턴십’을 통해 파견된 인턴 중 3명은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에 그대로 채용됐다.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신상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더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며 이 프로그램에 찬사를 보냈다. 이런 가시적 성과 덕분에 지난해 상·하반기에 걸쳐 10명 파견했던 규모를 올해는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 3기에 선발된 학생들은 3월부터 8월 말까지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 참가자들의 꿈은 다양했다. 앞 기수의 참가자들처럼 현지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한국에 돌아와 구글이나 네이버처럼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이 비교적 보장되는 IT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조민재 씨는 “‘영원한 베타버전(출시 전 시험판)’ 정신으로 실리콘밸리를 경험하고 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슨 일이든 도전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미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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