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냐 모스크바냐…월드컵 전초기지 2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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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8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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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고 거듭하는 신태용호의 선택은?

공항까지 거리·숙소 안락함 등 판단기준
조별리그 1∼3차전 펼쳐질 도시는 배제
모스크바, 고급 호텔 즐비…교통난 우려
상트페테르부르크선 벨몬드나 힐튼 유력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의 요즘 최대 화두는 베이스캠프 선정이다. 내년 6월 개막할 2018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베이스캠프 선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스캠프는 대회기간 태극전사들이 가장 긴 시간을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결전을 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소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1경기를 마친 뒤 다음 경기를 준비할 때 대부분 팀들은 곧장 다음 경기가 있는 도시로 이동하지 않고 베이스캠프로 되돌아가는 스케줄을 택한다. 이를 위해 축구협회 실사단이 3차례 현지를 다녀왔다. 대표팀 신태용(47) 감독도 직접 러시아를 가서 주요 후보지를 답사했다. 2일(한국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진행된 조추첨 행사에 신 감독과 함께 참석한 김남일(40) 코치는 축구협회 실무 직원들과 최근까지 현지에 남아 최종 점검을 했다.

우리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F조)에서 한국과 충돌할 상대국들은 물론, 32개 출전국 모두에게 베이스캠프는 대회 준비의 첫 걸음이자, 전쟁의 출발이다. 그만큼 긴 시간을 투자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집중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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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 후보지 출전국의 2배수

러시아월드컵조직위원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을 통해 본선 베이스캠프 관련 자료를 전달한 시점은 2015년 여름이다. 각 대륙별 최종예선이 이미 시작된 직후였다. 숙소와 팀 전용 훈련장이 세트로 묶여있는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 후보지는 모두 67곳이다. 9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곳곳에 분포됐다.

이 가운데 수도 모스크바에 전체의 1/3인 23개 장소가 있다. 우리와 독일이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격돌할 카잔 지역에 2번째로 많은 13개 장소가 준비됐고, 한국-멕시코 조별리그 2차전이 치러질 로스토프나도누 근방에 3번째로 많은 11개의 캠프 후보지가 있다.

본선 개최도시 가운데 최북단 지역이자 북유럽 핀란드와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 소치 부근에도 나란히 후보지 5곳이 있다. 구 스탈린그라드라는 지명으로도 잘 알려진 볼고그라드와 한국-스웨덴의 F조 1차전 개최도시인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각각 4개 장소가 준비돼 있다.

개최지역 가운데 가장 동쪽으로 떨어진 예카테린부르크와 러시아 영토 영외 지역인 칼리닌그라드에도 1개 캠프 후보지가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FIFA가 요구하는 베이스캠프의 핵심조건은 선수단 숙소와 전용훈련장이다. 숙소의 경우, 최소 4성급 이상의 인증을 받은 리조트나 호텔을 택하도록 돼 있다. 훈련장은 정식 규격의 잔디구장과 피트니스 시설로 구성된다.

물론 리조트와 호텔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자격요건만 갖추면 현지 클럽의 숙소시설 역시 활용이 가능하다. CSKA모스크바와 스파르타 모스크바 등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주요 명문 클럽들은 아예 월드컵 기간 중 참가국들을 위해 클럽하우스를 비워준다.

32개국보다 많은 숫자의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공지한 이유는 희망 지역이 겹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만일 그래도 여러 국가들이 원하는 희망 캠프가 겹치면 FIFA가 직접 조정에 나서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


● 상트페테르부르크냐, 모스크바냐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1곳)와 모스크바(2곳)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아직까지 최종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조별리그 1∼3차전이 펼쳐질 도시는 일단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도 조추첨이 끝난 뒤 귀국 인터뷰에서 “(FIFA가 제공할 전세)비행기를 20∼30분 정도 더 타는 거리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보다 숙소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거리, 숙소에서의 안락함 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축구계는 모스크바보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무게를 실은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모스크바보다 멀기 때문이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5개 후보지 가운데 4곳만 남았다. 잉글랜드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 소도시 레피노에 위치한 ‘포레스트 믹스 스포츠&릴렉스’를 베이스캠프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레피노 캠프는 숙소와 훈련장의 거리가 예상 소요시간 10분으로 가깝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서 64km나 떨어졌다. 교통사정을 감안할 때 자칫 1시간 이상 버스에 갇혀있을 수 있어 영국 여론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여러 요건을 감안할 때 호텔∼공항, 호텔∼훈련장으로의 이동거리가 20∼30분 내외인 ‘벨몬드 그랜드 호텔 유럽’과 ‘힐튼 상트페테르부르크 엑스포 포럼’이 유력해 보인다. 각각 5성, 4성급으로 분류된 고급 숙소다.

나머지 2개소는 레피노 수준은 아니지만 역시 약간 떨어진 교외 지역에 있어 비교적 먼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모스크바는 세계적인 도시답게 쉐라톤, 힐튼, 라마다, 홀리데이인 등 세계적인 호텔체인은 물론이고 현지 브랜드의 고급 리조트가 즐비하다. 이 중 상당수가 도심에 모여 있다. 문제는 도심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이동할 때마다 교통체증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물론 선수단 이동 때 경호를 위해 경찰차의 에스코트가 반드시 붙지만 국가 차원의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교통난을 피하기 어렵다. 비록 공항과 20분 거리라고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소요시간은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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