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고용쇼크… 韓銀도 ‘3% 성장’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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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예상 3%서 2.9%로… 기준금리 1.5%로 8개월째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수출 부진이 우려되는 데다 신규 취업자 수가 10만 명대로 줄어든 고용 쇼크가 계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진작 내린 데 이어 한은까지 2%대 성장 전망 대열에 합류하면서 정부 목표치인 2년 연속 3%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3% 전망 포기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8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이어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망(3.0%)보다 0.1%포인트 낮은 2.9%로 수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8%로 기존 전망치(2.9%)보다 낮춰 잡았다.

정부와 한은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내 연구기관은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 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도 2.8%로 내다봤다. 여기에 한은의 경제 전망까지 후퇴하면서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을 달성했던 한국 경제가 다시 2%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미중 무역전쟁과 고용 부진, 투자 둔화 등 ‘하방 리스크’가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최근 들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역 분쟁이 처음에는 그렇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날로 확대되고 있고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보복관세 조치 등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우리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건설투자도 둔화되고 있다. 한은은 설비투자 증가율을 당초 2.9%에서 1.2%로 크게 낮췄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저효과와 일부 업종의 투자 지연으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당초 ―0.2%에서 ―0.5%로 낮췄고 내년에는 ―2.2%로 전망해 역성장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취업자 증가 폭 18만 명 그칠 것”

극심한 고용 부진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가 지난해에 비해 1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30만 명, 4월 26만 명 등 예상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에 올해 취업자 수가 35만 명 늘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내년 취업자 증가는 24만 명으로 전망해 올해보다는 낫겠지만 여전히 고용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4월과 마찬가지로 2.7%를 예상했다.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기초연금 인상 등 정부정책이 소비 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당초 예상과 마찬가지로 1.6%로 유지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그동안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것과 달리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한다면 통화 완화 수준 조정(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미중 무역전쟁#고용쇼크#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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