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혼란왕’ 트럼프 귀 사로잡는… 45개 계정 ‘트위터 친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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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줄사표 속 끝까지 신뢰하는 인물은 누구?


남에게 조롱 섞인 별명 붙여주기를 즐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반대 입장에 섰다. 3일 중견언론인 모임 ‘그리드아이언 클럽’ 주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할 수도 있는 별명 하나를 얻었다. ‘혼란왕(Chaos King).’ 이날 연사로 나선 뉴올리언스 시장 미치 랜드루의 작품이었다. 당혹감을 감추기 위해서였을까. USA투데이에 따르면 평소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철저히 응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보기 드문 아량으로 ‘혼란왕’이란 표현을 웃어넘겼다.

이날 만찬 자체가 농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혼란을 좋아한다”며 자신을 겨냥한 조크를 유쾌하게 받아쳤다. 하지만 뼈가 담긴 표현이었다. ‘혼란왕’의 궁정에서 상처받지 않은 참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혼란왕’의 방치 속에 무너진 백악관 지휘계통을 세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와 ‘보호무역’ 노선을 완화하려다 대통령과 수차례 갈등을 일으켰다. 30세의 호프 힉스 전 공보국장은 ‘가정폭력 스캔들’로 최근 사임한 롭 포터 보좌관과 사귀다 포터의 혐의가 드러나자 함께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백악관에 들어왔다 혼란만 야기한 셈이다.

교통정리를 좋아하지 않는 대통령 때문에 워낙 많은 참모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다 보니 트럼프가 누구를 아끼는지, 누구를 싫어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그의 ‘인사 원칙 1호’로 거론돼온 ‘충성심’을 잣대로 백악관을 들여다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 WP “힉스 떠난 백악관엔 이방카와 스카비노뿐”

워싱턴포스트(WP)의 백악관 출입기자 애슐리 파커는 ‘충성심’을 잣대로 평가했을 때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마음을 흔들림 없이 사로잡고 있을 인물은 장녀 이방카와 소셜미디어국장 댄 스카비노뿐이라고 평가했다. “힉스가 떠나면서 대통령이 충성심을 신뢰하는 사람은 이방카와 스카비노 정도가 전부이다”라는 것이다. 결국 백악관이나 선거 과정에서 비즈니스 관계로 처음 만난 부류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트럼프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을 것이란 주장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견제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의 기밀정보 접근 권한이 제한된 가운데 대통령의 절대적 우군으로는 이방카가 최우선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이방카는 지난달 말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불륜관계를 덮기 위해 돈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딸에게 아버지를 범죄자로 모는 사람의 말을 믿느냐고 묻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눈총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를 가까이 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 장면이다.

트럼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관리하는 스카비노는 16세에 트럼프의 골프장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다 트럼프를 처음 만나 20대 후반부터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관리자로 일한 오랜 측근이다. 당초 홍보 컨설팅회사를 설립하려 했으나 “모든 걸 포기하겠다”며 대선캠프에 합류해 끝내 백악관에까지 입성한 인물이다.

○ ‘45대’ 대통령의 트위터 친구 계정 ‘45개’

오랜 친분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핵심 요소라면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들은 사실 백악관 밖에 더 많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45대’ 대통령이라는 것을 과시하듯 자신의 트위터에 총 45개의 계정을 ‘팔로’하고 있다. 이 트위터 친구 명단엔 백악관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사석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각종 행사에 초청해 친분을 과시할 만큼 신뢰하는 인물들이 숨어 있다.

이 명단에서 가장 많은 비중(10개 계정·22%)을 차지하는 폭스뉴스 관련자 중 전 폭스뉴스 기자 겸 앵커 제랄도 리베라는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과 사석에서 식사를 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매거진에 따르면 리베라는 2월 말 ‘겨울 백악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주니어, 에릭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켈리 비서실장도 그날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했지만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리베라를 비롯한 오랜 친구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자신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준 NBC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관계자에게 느끼는 유대감도 상당하다. 트위터 친구 명단에 포함된 ‘어프렌티스’ 연출자 마크 버넷과 그 아내인 배우 로마 다우니는 매년 2월 개최되는 백악관 조찬기도회에 초대되는 단골손님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으로 초대된 이 커플은 트럼프의 ‘특별하고 특별한 친구’로 통한다.

○ ‘무역 강경파’ 상승세 배경엔 펜실베이니아 보궐선거?

이방카 보좌관과 스카비노 국장의 백악관 내 기상도가 ‘언제나 맑음’이라면 스티븐 밀러 정책고문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무역 강경파’는 ‘일단 맑음’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국제주의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약 일주일 뒤인 13일로 예정돼 있어 앞으로도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 닫은 제철소와 광산이 많아 트럼프의 강경 무역 드라이브를 특히 매력적으로 느낄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나바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콘 위원장이 이끄는 NEC 산하에서 일하도록 좌천된 바 있다. 밀러는 CNN 등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며 앵커와 말다툼을 벌이는 등 독보적인 충성심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수치스럽다(disgraceful)’고 비난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보좌관으로 과거에 일하며 정계에서 처음 주목받았다는 점이 지금으로선 약점일 수 있다. ‘가족 기업’을 경영하듯 국정을 살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이 증명해야 할 것들이 아직 남았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기재 record@donga.com·위은지 기자
#트럼프#트위터#혼란왕#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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