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EU 탈퇴해도 안보협력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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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던 군사펀드에도 7조원 지원… 英 국방산업계 우려 감안한 듯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국방과 안보만큼은 EU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영국 정부는 12일(현지 시간) 브렉시트 이후 외교·국방정책에 대한 토론 자료를 펴내고 “영국은 유럽의 국방 미션에 협조하고 안보에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은 EU의 국방 연구와 방산 개발 프로그램에 쓰이는 EU 군사펀드에도 55억 유로(약 7조4250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3월까지만 해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에 보낸 ‘탈퇴 서한’에서 “협상 실패는 범죄·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우리의 협력이 약화된다는 뜻일 수 있다”고 적어 안보 협력을 브렉시트 협상 카드로 쓸 것을 시사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약 215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비 분담금은 600억 달러(약 70조2000억 원)로 28개 나토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2위다. 세계 5, 6위 수준의 군사력은 현재 EU 안보의 주축이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12일 BBC에 출연해 “EU와 경제적 협상이 잘 안 된다고 안보 협력을 철회하겠다고 협박(blackmail)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EU와 함께 테러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유럽이 상징하는 평화, 민주주의와 자유, 법치의 가치에 오랜 역사를 통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이후 프랑스와 독일의 군사 협력이 긴밀해질 경우 영국은 주요 국방 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자국 국방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EU와 분리될 경우 대(對)러시아 제재 같은 주요 국제 이슈에서 목소리를 잃을 우려도 반영됐다.

2013년 “국방은 국가의 주권사항”이라며 창설에 반대했던 EU 군사펀드에까지 지원을 약속한 것은 그동안 ‘벼랑 끝 전술’로 각을 세우던 영국이 협력으로 대EU 협상전략을 바꿨다는 관측도 나온다. EU 회원국이긴 하지만 공동방위는 협력 항목에서 배제(opt-out)한 덴마크보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와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브렉시트#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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