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이집트 열차 추돌 참사…“객차들 하늘로 솟구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3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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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 항구 도시 알렉산드리아 인근에서 11일 열차 두 대가 추돌해 최소 43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다쳤다.

이집트 철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5분 경 알렉산드리아 동쪽 인근 코르시드 역에서 카이로에서 출발한 열차가 역에 멈춰 있던 수에즈 운하 포트사이드발 열차 뒷부분을 강하게 들이받았다. 자택 옥상에서 우연히 사고를 목격한 호다 씨는 “열차 객차들이 서로 추돌한 뒤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공중에서 피라미드 모양을 만들었다”고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카이로발 기차에 탑승하고 있던 무멘 유세프 씨는 “기차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추돌했다”며 “정신을 잃었다가 밖으로 나와 보니 많은 이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카이로에서 출발한 열차가 정차 중인 열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선로변경의 실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히샴 아라파트 이집트 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고는 인간의 실수다. 기간시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BBC는 이번 사고가 이집트의 열악한 교통 시스템에 대한 국민 분노를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집트는 부실한 선로 관리, 취약한 안전 기준으로 지난해에만 1249건의 철도 사고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이번 사고는 2012년 신호를 작동하는 관리인이 조는 사이 열차가 스쿨버스를 쳐 학생 50여 명이 사망한 이후 가장 큰 사고다. 2002년엔 카이로 남부에서 규정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타고 있던 열차에 화재가 발생해 373명이 죽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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