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한국은 中일부’ 발언 진위여부에 답변 회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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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 걱정할 필요없다” 되풀이
WP “트럼프, 한반도 발칵 뒤집어… 한국 전문가에게 역사 배워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들었다고 밝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가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시 주석의 정확한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시 주석의 발언으로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측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6, 7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로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답하지 않아 ‘시 주석 본심’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루 대변인은 한국 정부로부터 외교 경로를 통해 발언 확인 요청 서한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나 역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한 정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외교 경로로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실이 파악되는 대로 필요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표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절충점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최고지도자가 미국 대통령 앞에서 ‘과거 한국은 중국의 일부분이었다’고 실제로 말했다면 앞으로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세련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 역사 왜곡 발언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를 발칵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자체적으로 고유한 뿌리와 역사를 갖고 있다”며 “중국 중심주의적인 한국 역사를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부주의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WP는 또 “한국 역사는 제3국 정상(시 주석을 지칭)이 아닌 한국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게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신나리·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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