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도 한류?… ‘현대카드 혁신경영’ 美 MBA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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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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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슬론 MBA 학생 27명 현대카드 본사 방문 질문공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왼쪽)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를 방문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MBA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왼쪽)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를 방문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MBA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질문) “카드회사가 불과 몇 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린 것이 매우 놀랍다. 현대자동차의 역할이 컸던 것 아닌가.”

(답변) “부모가 공부를 잘한다고 자녀도 무조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의 성과는 틀에 박히고 무미건조한 금융업에서 현대자동차와는 다른 방식으로 혁신하기 위해 애썼던 전략적 고민의 산물이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카드 본사 1층 오디토리움(회의장). 외국인 학생 27명과 현대카드 임원들 사이에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 공방이 벌어졌다. 외국인들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슬론 경영전문대학원(MIT Sloan MBA)에서 ‘Creativity in Business Study Tour’라는 정규과목을 수강 중인 학생들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MBA 학생들이 굳이 한국의 현대카드를 배우러 온 이유는 무엇일까. MIT 슬론 MBA의 닐 하트먼 지도교수는 “현대카드의 혁신 사례는 우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어서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배워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학생인 스리람 에마니 씨도 “현대카드가 금융의 법칙을 바꿔 놓고 있다”며 “MIT 슬론 MBA가 추구하는 혁신, 진보적 경영원칙과 맞아떨어져 배울 게 많다고 본다”고 했다.

현대카드 혁신의 핵심인 정태영 사장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정 사장은 슈퍼콘서트 같은 현대카드만의 독특한 마케팅에 대해 “마케팅 비용을 늘려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우량고객을 늘리면 대손비용이 줄어 전체 비용이 감소한다”며 “마케팅 비용은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대카드스러운’ 기업이미지(CI)와 글자모양,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리도 있다”며 “MP3가 아니라 아이팟, 오토바이가 아니라 할리데이비슨처럼 신용카드가 아니라 현대카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혁신은 혼자의 머릿속이 아닌 여러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온다”고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줄리아나 리시 씨는 “한국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은 만들지만 혁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카드회사는 평범한 제품만 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대카드가 이를 뒤집고 있다”고 호평했다. 칼리드 아시르 씨도 “튀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카드사가 많지만 현대카드처럼 완성도 있는 디자인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현대카드를 향한 ‘구애’는 올여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카드가 10명을 선발하는 여름 인턴과정에 아이비리그 학생들을 포함한 외국인 지원자가 현재 410여 명에 이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오라클과 산탄데르은행 임원들도 본사를 방문하는 등 외국 기업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전했다. MIT 슬론 MBA는 2만여 명의 졸업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위 경영진일 정도로 세계 최고의 MBA 중 하나로 꼽히며 정 사장도 이곳을 졸업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혁신경영#현대카드#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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