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중국발 훈풍에 함박웃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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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PX 선적 현장

13일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옆 율도터미널 제2부두에서 파라자일렌(PX) 선적을 총지휘하던 김홍섭 SK인천석유화학 정유공장 운영2팀 총기술장은 “순도가 중요한 PX는 다른 물질과 섞이지 않게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선적한다”고 설명했다(위쪽 사진). 이날 PX를 선적한 1만 t급 선박은 중국 다롄이 목적지다. SK인천석유화학 제공
13일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옆 율도터미널 제2부두에서 파라자일렌(PX) 선적을 총지휘하던 김홍섭 SK인천석유화학 정유공장 운영2팀 총기술장은 “순도가 중요한 PX는 다른 물질과 섞이지 않게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선적한다”고 설명했다(위쪽 사진). 이날 PX를 선적한 1만 t급 선박은 중국 다롄이 목적지다. SK인천석유화학 제공
칼바람이 불어오는 13일 오전 인천 서구 율도터미널 제2부두.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약 7km 떨어진 이곳에서 1만 t급 선박 한 척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중국 남동부 항구도시 다롄. 공장에서 7km를 뻗어 나온 예닐곱 가닥 파이프라인 뭉치들은 ‘로딩 암’(배에 액체를 집어넣거나 빼내는 설비)을 거쳐 선박 안으로 연결됐다. 그 안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이 만든 순도 99.9%의 PX(파라자일렌)가 배로 옮겨지고 있었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석유화학제품 PX는 우리가 흔히 생활에서 접하는 플라스틱 용기, 페트병, 합성섬유 등 무궁무진한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SK인천석유화학이 창사 이래 이곳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부두에서 작업 중인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여기서 수출되는 PX 거의 전량을 중국이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출항하는 PX 수출선은 매달 20척(약 85만 배럴) 정도다. SK인천석유화학은 단일 공장으로는 PX 생산능력 국내 최대(연 130만 t) 규모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총 122만 t의 PX를 중국으로 수출했고 올해는 1∼3분기(1∼9월)에만 120만 t을 수출해 지난해보다 연간 수출량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며 함박웃음을 지은 석유화학업계가 서둘러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자체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늘리고, 인수합병,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내년에는 중국 수출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생산량 증설에도 경쟁이 붙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대(對)중국 수출량은 1∼10월 161억2700만 달러(약 17조55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나 늘었다. 내년에는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현지 화학업체들의 가동률 하락과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한 새 제품 수요 증가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훈풍이 미국 ECC(ethane cracking center·에탄분해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를 압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각 업체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스마트 설비 도입 및 운영에도 힘쓰고 있다. 이날 찾아간 SK인천석유화학 내 아로마공장 조정실은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손꼽히는 미국 석유화학기업 UOP사의 공정설계 기술을 그대로 도입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2014년 5100억 원에서 지난해 6800억 원으로 늘린 LG화학은 올해 이를 1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속하는 폴리올레핀, ABS,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의 매출도 상승 추세이고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매출도 크게 올랐다. LG화학과 선두를 다투는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화학기업 타이탄 지분 전부를 1조5000억 원에 인수했고 최근에는 현지 증시에 4조 원 규모로 상장시켰다.

한화토탈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제품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설비 증설을 계속해 오고 있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한화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다. 한화종합화학도 태양광 분야 발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 기업 상장(IPO)도 관심사다. SK는 SK루브리컨츠의 내년 상반기(1∼6월) 상장을 거의 공식화했고 SK인천석유화학도 2019년경에는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한화종합화학, 현대오일뱅크, 에이케이컴텍 등도 상장 추진 및 성공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기업들이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설비의 대규모 증설 우려가 줄어들면서 내년 양호한 수급 밸런스가 가능하고 정상화된 밸류에이션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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