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이 관행은 잘못 아닌가’ 항상 되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은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햅이 흰 고래 모비딕을 쫓는 대추격전을 그린 소설이다. 과거 모비딕을 잡다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햅은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모비딕 추격을 멈추지 않는다.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다시 태평양으로 항해를 계속하던 에이햅은 일본 근해에서 그토록 찾던 모비딕을 발견한다. 사흘에 걸친 사투 끝에 작살로 모비딕을 명중시킨 에이햅.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작살의 줄이 순식간에 선장의 목을 휘감으면서 에이햅 선장 역시 고래와 함께 바다에 빠져버린다. 이 대결에서 승자는 없었다. 배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선원 이슈멜이 자연에 대항한 인간의 오만이 가져온 비극을 전한다.

모비딕만을 맹목적으로 쫓다가 결국 파멸한 에이햅 선장 이야기는 가상의 소설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그릇된 목표를 좇다 뒤늦게 실패해 크게 후회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작년에 유령계좌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킨 미국 은행 웰스파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웰스파고가 고객 동의 없이 약 350만 개의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56만 개의 신용카드를 발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경영진이 2012년에 이미 이런 부정행위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기 실적 하락과 피해 보상 같은 후폭풍을 감당하고 책임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 사태가 밝혀지면서 존 스텀프 사장의 퇴진은 물론 직원 5000명이 해고됐다. 회사는 총 1억4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피해 고객에게 지불해야 했다. 회사의 신용이 바닥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웰스파고의 사례는 유명한 대형 기업도 관행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방식의 일 처리를 지속하다가는 에이햅 선장처럼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준다. 나 자신뿐 아니라 조직의 파멸을 막으려면 평소에 관행처럼 이뤄지는 업무 방식이 옳은지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도 모르게 무모한 오만에 가득 차 모비딕 같은 그릇된 목표만을 보고 달려가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관행#dbr#경영#허먼 멜빌#모비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