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車시장 빅뱅… ‘포스트 도요타’는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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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버1 도요타 추락

[폴크스바겐 급부상?]
“2018년 1000만대 팔아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

[美빅3의 부활?]
“중-소형차로 새 돌파구”… 60개월 무이자 공격마케팅


[현대·기아차 약진?]
美서 점유율 2.3%P 뛰어… 도요타 리콜 최대 수혜자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가 초유의 리콜 사태로 흔들리면서 세계 자동차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와 미래 성장동력인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마저 리콜 대상에 포함되면서 도요타는 세계 최고라는 기술력과 안전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에 따라 유럽차의 급부상,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부활, 현대·기아자동차의 약진 등 핵심 글로벌 플레이어 5, 6개의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폴크스바겐의 ‘전략 2018’

첫 포문은 독일 폴크스바겐이 열었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세계 언론이 들끓던 3일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런던 투자설명회장에서 “2018년까지 1000만 대를 팔아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리콜 사태를 도요타를 추월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전략 2018’로 명명된 이번 사업계획에서 폴크스바겐은 2015년 800만 대, 2018년 1000만 대 판매목표를 세우고 △현지화 강화 △모듈화 확대 △친환경차 개발 가속화 △포르셰 인수 등의 핵심과제를 정했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은 내년까지 44억 유로를 투자해 중국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제5공장을 신설하고, 부품의 현지 조달 비율을 90%로 늘릴 계획이다. 또 최근 약 20%의 지분을 인수한 스즈키와 함께 인도 전략 차종을 개발하고, 미국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중형 세단을 내년에 내놓기로 했다.

이와 함께 브랜드 간 부품 공유를 늘려 모듈화를 늘림으로써 각종 신차 개발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친환경차 부문에선 매출의 6%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고연료소비효율 기술 및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지난해 629만 대를 팔았으며, 최근 자본제휴한 스즈키(230만 대)를 포함하면 지난해 도요타(781만 대)의 판매대수를 넘어선다.

○ 안방 탈환 나선 미 ‘빅3’

도요타에 안방을 내준 미국 ‘빅3’도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부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GM과 포드는 도요타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보조금 1000달러 또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중·소형차 개발에 적극 나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포드는 2012년까지 C세그먼트(준중형차) 판매량을 2008년의 2배인 200만 대로 늘리기로 했고, GM도 준중형 세단과 경차의 미국시장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포드는 픽업트럭만 생산하던 미시간 주 웨인 공장을 중형 세단 ‘포커스’의 전용 생산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 당시 미국 정부와 빅3,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협상에 따라 △잉여인력을 구조조정하고 △각종 복지비용(유산비용)을 노조 몫으로 돌리며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을 시간당 30달러에서 14달러로 조정하는 등 노동 경쟁력을 회복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시보레(GM의 브랜드명) 코발트(준중형)와 포드 퓨전(중형)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9.7%, 49.4%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 현대·기아차 반사이익

글로벌 ‘톱5’를 지향하는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콜 사태의 최대 수혜자다. 7일 산업연구원의 ‘업체별 미국시장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도요타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4.1%로 지난해 12월보다 4.1%포인트 급락했다. 반면에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5.3%에서 7.6%로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15개 글로벌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큰 점유율 상승폭이다. 리콜로 생산이 중단된 도요타의 ‘캠리’와 ‘코롤라’가 현대차의 주력 제품인 쏘나타와 아반떼급에 해당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반사이익은 지난해 GM과 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신청 당시에도 있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점유율이 총 4.5%포인트 깎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5.1%에서 7.1%로 2%포인트나 끌어올린 것.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현대·기아차가 리콜 사태 이후 도요타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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