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9.4%… 외환위기 이후 최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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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체감실업률은 22.5%로 올라… 신규취업자 수 4년반만에 최소
수출 늘었지만 내수 안 살아나… 대기업-中企 임금격차도 영향

“바늘구멍이라고 하는 취업문은 대체 언제쯤 넓어지는 건가요?”

‘취업 재수생’ 이모 씨(28)는 지난해 초부터 30여 곳의 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졸업을 미루고 매일 도서관을 찾고 있는 그는 “오히려 취업 준비생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채용을 늘린다고 해서 그쪽으로 갈아타는 친구도 많다”고 전했다.

청년실업률이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체 취업자 증가 폭도 7개월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떨어져 ‘일자리 대란(大亂)’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 청년실업, 외환위기 이후 최악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전년보다 1.0%포인트 오른 22.5%로 나타났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청년이 선호하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여전히 늘어나지 않고 있고,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업을 미루면서 청년 고용 관련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13년 2월(20만1000명)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건설 공사장 등에서 일하는 일용직이 1년 전보다 3만6000명 감소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일용직 감소 여파로 건설업 취업자는 3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2월(14만5000명)부터 6개월 연속 10만 명 이상씩 증가하다 7개월 만에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됐다.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축소하고 민간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주저하면서 당분간 공공부문 외에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일자리 대책에도 상황 악화

새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해 왔지만 고용 사정이 오히려 악화되는 것은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수출은 호조를 보이지만 그 온기(溫氣)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3.6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인 12.9명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취업유발계수는 소비, 수출 등 수요가 10억 원 늘어나면 국내에서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뜻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도 결과적으로 ‘공시족’을 늘려 실업 통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공공기관 입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취업을 미루는 구직자가 많아진 것이다.

대·중소기업 일자리 양극화도 청년실업 문제를 키운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층이 받는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70.9%에 불과하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청년들이 당분간의 실업을 감수하고 오랫동안 준비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 정책이 민간 기업의 신규 채용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 정책들로 인건비가 오르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덜 하고 기존 직원을 더 활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청년실업률#취업#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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