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 문앞에 담배 두고 갔다면…”, 김지은씨의 주장 인정 안한 재판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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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 1심 판결문 전문 보니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위력’의 존재와 행사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제압당할 만한 사정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114쪽 분량의 1심 판결문 전문에는 사건들의 내용과 재판부의 판단이 상세히 나와 있다.

○ 재판부 “더 명시적으로 거절할 여지 있었다”

안 전 지사는 스위스 제네바로 출장을 간 지난해 9월 3일 오전 1시 반경(현지 시간) 호텔에서 김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담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담배를 가지고 객실로 간 김 씨를 안 전 지사가 성폭행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재판부는 객실로 온 김 씨에게 안 전 지사가 “침대로 오라”고 요구했고 김 씨는 거절 의사로 “아니요, 모르겠어요, 아닌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한 부분은 인정했다. 방으로 오라는 지시를 받은 뒤 김 씨가 전임 수행비서였던 A 씨에게 전화해 “(안 전 지사가) 부른다.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으며 우려한 사실도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으로 오라는)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더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력이 행사됐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담배를 피고인의 방문 앞에 두고 텔레그램으로 방문 앞에 뒀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간음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옷차림도 쟁점이 됐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슬립 차림으로 객실로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씨는 “옷을 갖춰 입고 나갔던 것 같고 평상복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어떤 종류의 옷인지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의상의 대략적인 종류조차 전혀 특정하지 못하는 취지의 증언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측은 “지사가 시킨 일을 시킨 방식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수행비서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 ‘상화원리조트’ 사건에서 김 씨 진술 인정 안 해

지난해 8월 18, 19일 안 전 지사와 아내 민주원 씨(54)는 1박 2일 일정으로 주한 중국대사를 초청해 충남 보령시 상화원리조트에 묵었다. 안 전 지사 측은 19일 오전 4시경 김 씨가 부부의 침실로 몰래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김 씨는 “같은 건물에 묵고 있던 중국인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2차를 기대한다. 옥상에서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착신 전환된 휴대전화로 확인했다”며 “두 사람이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것을 염려해 문 앞 계단에서 지키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 뿐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도 당시 중국인 여성을 만났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김 씨는 보름 전부터 2회에 걸쳐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수행비서의 업무를 철저히 행하고 한중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의도로 안 전 지사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침실 앞에서 밤새 기다렸다는 김 씨의 해명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김 씨가 민 씨에게 사과 전화를 한 점 등도 재판부 판단에 반영됐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지사의 여자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김 씨가 비서 업무로 인수인계받았던 내용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기자
#호텔 객실#김지은씨#주장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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