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흔들리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쇠퇴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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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란 무엇인가/우노 시게키 지음·류애림 옮김/236쪽·1만5000원·연암서가

보수주의 원류로 꼽히는 18세기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부터 미국의 네오콘까지 보수주의 사상을 결산한 개설서다.

책에 따르면 버크의 보수주의는 권력의 전제(專制)화를 막는 게 기본이었다. 제도와 관습을 지키고, 자유를 유지하며, 사회와 정치의 민주화를 바탕으로 질서 있는 점진적 개혁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과거의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자유를 위한 제도를 파괴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한다면 그것은 결코 보수주의라 말할 수 없다.” 이 같은 저자의 시각은 진창에 빠진 한국 보수주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보수주의의 지반이 흔들리는 건 역설적으로 진보주의라는 ‘라이벌’을 잃은 탓이라고 봤다. 보수주의는 일관된 이론 체계라기보다 프랑스혁명 이래 진보주의에 대항해 스스로의 논리를 구축했다. 그러나 오늘날 진보주의는 프랑스혁명의 자코뱅파,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했던 마르크스주의자, ‘큰 정부’ 주도의 사회 개량을 추진한 ‘리버럴파’ 등이 모두 크게 쇠퇴해 더 이상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일본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인 저자는 자신은 보수주의자가 아니고, 보수주의를 비판할 목적으로 책을 쓰지도 않았다고 했다. 비교적 평이하게 쓰였고, 두께에 비해 내용이 알찬 것도 매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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