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잠자는 돈’ 2945억… 서랍속 카드 확인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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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했거나 충전사실 잊어 발생… 5년 지나면 환불의무 사라져
카드사-지자체가 수익으로 챙겨… “시민 교통복지에 쓰여야” 지적


직장인 함건 씨(28)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갔다가 10만 원을 충전한 ‘T머니’ 카드를 잃어버렸다. 선불형 교통카드로만 결제를 하는 행사장 안 점포에서 쓰려고 만든 카드였다. 카드사에서는 실물 카드가 있어야 한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함 씨는 “이런 식으로 못 쓴 돈이 상당하다”며 허탈해했다.

선불 교통카드에 들어 있는 충전 금액 중 분실 등으로 인해 5년 넘게 안 쓴 돈이 29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이 돈을 카드사나 지방자치단체가 수익으로 챙기고 있지만 시민의 돈인 만큼 버스준공영제 확대 등 교통복지에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교통카드 5년 이상 장기 미사용 선수금은 2945억6000만 원으로 5년 전보다 260억 원 늘었다. T머니 운영사인 한국스마트카드가 1819억7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비카드(475억 원)와 마이비(361억5000만 원)가 뒤를 이었다.

미사용 선수금은 대부분 선불형 교통카드를 분실하거나 카드 주인이 충전 사실을 잊고 있는 경우 발생한다. 카드사들은 분실한 교통카드 속 충전 금액에 대해 “무기명 카드인 교통카드 특성상 환불해줄 수 없다”는 견해다.

문제는 이 돈을 카드사가 자체 수익으로 챙긴다는 것. 카드사들은 2012년 금융위원회가 내린 유권해석을 근거로 삼는다. 금융위는 교통카드 소지자가 5년간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한이 소멸된다고 봤다.

카드사가 시민의 돈으로 주머니를 채운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교통복지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 지분을 38% 보유한 서울시는 2013년 스마트교통복지재단을 설립해 미사용 선수금을 교통복지기금으로 쓰고 있다. 광주 부산 등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복지기금에 쓴 돈이 전체 미사용 선수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데다 이제는 지자체가 이를 쌈짓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스마트교통복지재단이 2013년부터 5년간 쓴 미사용 선수금은 123억 원이다. 지난해 한국스마트카드의 장기 미사용 선수금의 6.5%에 불과하다. 이마저 운수종사자 자녀 장학금에 가장 많은 30억 원을 썼다. 타요버스 사업(24억 원), 따릉이(공공자전거) 확대 구축(20억 원) 등 서울시 정책 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송 의원은 “일부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교통카드 선수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시민들의 교통편의 증진 등 진짜 교통복지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최영권 인턴기자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4학년
#교통카드#티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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