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이겼다… 나토 방위비 로켓처럼 치솟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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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폐막뒤 자화자찬 회견

“나는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동맹들은 내가 긴 연설로 위기 국면을 조성한 후에야 국방비를 급속도로 늘리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들의 분담금은 로켓선처럼 올라갔고 더 올라갈 것”이라며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더 빨리 더 많은 돈을 내겠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은 11일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나름대로 대비해 왔다. 회의 전 독일과 영국 국방장관 등은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은 일리가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 의무인 국내총생산(GDP)의 2% 목표에 도달하기로 한 4년 전 합의를 충실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압박 카드를 꺼내들며 나토 동맹국들을 당황케 했다. 그는 회원국들에 GDP의 2%가 아닌 4%로 방위비 지출을 두 배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작년에도 제기했던 내용”이라고 했지만 AFP통신은 “유럽 국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갑자기 나토 정상회의를 긴급회의로 전환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방위비 지출을 GDP 2% 이상으로 늘리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동맹국들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후 “나토 탈퇴는 의회 승인 없이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그것까지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면서 나토 탈퇴 시사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회의시간에 외교 프로토콜을 깨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이름을 부르며 “앙겔라, 당신은 뭔가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나토는 안보를 구매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가 아니라 전략적인 목표와 공동의 가치로 뭉친 주권국가의 동맹”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정작 미국의 방위비 지출은 GDP 4%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GDP의 4.2%를 방위비로 쓴다고 밝혔지만 나토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GDP의 3.5%를 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나는 나토를 믿는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매우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며 오히려 2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강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이 2024년 GDP의 2% 방위비 지출이라는 본래 목표를 구체적으로 더 진전시키기로 했다는 내용은 문서화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얻어낸 것보다 자국 여론을 겨냥한 홍보에 다른 나라를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동맹 간에 괜한 상호 불신만 커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나토 미국대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토 미대사를 지낸 니컬러스 번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게 빨리 신뢰를 깎아 먹는 미국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며 “나토에 대한 계속된 공격에 동맹국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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