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가 딸 낳은 소식에…北여성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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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중국 여기자가 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

2013년 북한 평양 주재 특파원이었던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두바이위(杜白羽·30) 기자는 당시 노동당 제1비서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가 딸을 낳은 사실을 북한 여성들에게 전했다.

“아, 딸이에요?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걸….”

“왜요?”

“물어볼 필요 있어요? (아들이어야) 혁명혈통이 대대로 전해지죠.”

두 기자는 당시 ”김정은 제1비서가 귀여운 딸을 매우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북한 여성들의 반응이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보통 북한 주민들은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최고지도자 가족에 대한 평가를 입 밖에 내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 여성들의 이런 반응은 드문 일이다.

2012~2014년 평양 특파원을 지낸 두 기자가 최근 특파원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나의 평양 이야기’를 펴냈다. 이 시기는 김 위원장이 막 집권을 시작한 시점이다. 그는 “이 시기에 북한에 여러 변화가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두 기자는 “2012년과 비교하면 2013년에는 평양 거리에서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다니는 젊은 연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극소수 북한 남성만이 여자친구의 가방을 들어줬다. 거리에서 젊은 엄마는 아이를 업고 무거운 짐을 든 반면 젊은 아빠는 손을 휘저으며 성큼성큼 아내 앞에서 걸어가는 모습도 봤다”며 북한 사회의 가부장주의도 지적했다.

두 기자에 따르면 김형직사범대 학생들은 연애가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한 북한인은 “대학 안에서 연애를 금지하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며 “단지 연애를 장려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숙사 구석에서 남자친구와 한참 전화하며 연애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두 기자는 “북한인들도 주말의 여가를 즐기고 공원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둘러앉아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원산 모래사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수영복을 입은 채 소나무 숲에서 춤을 췄고 젊은이들은 맥주를 마셨다”며 “묘향산에서는 디스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북한 주민들도 만났다”고 전했다. 두 기자는 “이런 모습들도 북한 주민들 생활의 정취가 담긴 진짜 면모”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서구 매체들이 북한 주민들의 진짜 모습을 잘못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양 특파원 시절 영국 데일리메일은 “평양 이발소 미용실 벽에는 여성은 18종의 머리스타일, 남성은 10종의 머리스타일을 규정한 안내판이 있고 북한 주민들은 이 스타일을 따라야 한다”며 “이는 서방의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평양 미용실을 찾은 두 기자가 이 내용을 한 퍼머를 하고 있는 북한 젊은 여성에게 전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면 개성이 없어지잖아요. 사람마다 얼굴형이 다르고 기질이 다른데, 어떻게 머리 모양을 통일해요?”라고 반문했다. 두 기자는 “이발소 미용실 안에 걸려 있는 건 머리스타일 추천일 뿐 그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두 기자는 북한의 대도시 거리 식당 시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문자를 보내는 북한 주민들도 종종 보였다. 그는 “스마트폰으로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보지만 내용이 종이신문 내용과 거의 같아 (스마트폰 노동신문의) 인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두 기자는 “북한의 밤이 전기 부족으로 칠흑같이 어두웠던 건 사실”이라며 “평양의 주민 거주지에는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전기 공급이 되지만 밤 9시가 넘으면 전기 공급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기자에 따르면 평양에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 곳들이 있다. 그는 “주체사상탑,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초상화, 개선문 등 북한 영수(領袖) 주체사상과 관련된 모든 곳은 항상 밝고 전기가 끊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양 이외 소도시와 농촌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영수의 초상화’다.

두 기자는 본보에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풍부하고 다채롭다. 무미건조한 흑백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많이 교류할수록 북한 주민들도 다른 나라의 국민들처럼 희로애락이 있는 똑같은 사람들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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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 두바이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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