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무인 톨게이트 백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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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라는 단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 1969년 국내 최초로 경인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수납원이 요금을 징수하는 시스템도 시작됐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흘렀으나 유인(有人) 징수 시스템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전국 톨게이트에 설치된 1.65m²(약 0.5평)짜리 부스에서 6700여 명이 하루 3교대로 8시간 동안 근무하며 평균 2000대의 차량을 처리한다. 2000년 첫선을 보인 하이패스 시스템은 2007년 12월 전국으로 확대돼 지금은 이용률이 80%나 된다. 여기서 한 단계 진화된 체제가 스마트톨링(무정차 요금결제)이다. 전용차선은 필요 없다. 주행 속도를 줄이지 않고 시속 100km로 달려도 차량번호판을 인식해 통행료를 자동 부과하는 사후정산 시스템이다.

▷2020년부터 완전 도입될 예정이던 스마트톨링에 제동이 걸렸다. 4일 국토교통부가 민자고속도로 운영회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현금 수납 차로를 지금처럼 운영하면서 하이패스 차로에서 사전 등록한 차량만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톨링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스마트톨링을 도입하면 병목 현상이 해소되기 때문에 통행 속도는 30% 이상 빨라지고 사회적 편익은 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더니 사실상 백지화한 셈이다. 그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무인화로 인한 톨게이트 근무자들의 일자리 감소가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해 취임한 뒤 유인 징수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베크는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고 했다. 이른바 ‘모라베크의 역설’이다. 장기적으로 일자리의 유지든 창출이든 인간은 인간대로 장점과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로봇과 기계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또 그대로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할 이유다. 무인화 바람이 도처에서 거세지는 상황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언제까지 그 태풍을 피해갈 수 있을까.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고속도로#톨게이트#스마트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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