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기업 299곳 발등의 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스튜어드십 코드 7월말 도입
사외이사-감사 추천 등 경영 참여… 기업 통제-투기자본에 악용 우려
“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우선” 지적

국민 노후자금 626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이르면 다음 달 23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 299곳에 대한 영향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행보가 강화되면 정부와 정치권이 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23일 복지부 장관 주재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안건을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논의된 결과를 볼 때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 이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에 대해서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을 비롯해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중점 관리 등 적극적인 경영 참여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 299개가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대거 해당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국민연금이 기업 가치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20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 현실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복지부 장관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임명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칫 엘리엇과 같은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공세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과도한 배당 등을 요구한 뒤 ‘먹튀’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서 국민연금이 정치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스튜어드십 코드 ::

국민연금공단,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

강유현 yhkang@donga.com·이미지·박성민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