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문화]“가수들의 소박한 애국심” 군가 연상하는 J팝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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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음악, 이른바 ‘제이팝(J-Pop)’에서 군국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군가를 연상케 하거나 ‘야스쿠니(靖國) 신사’ 같은 민감한 내용을 담은 노래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군가 같은 록 밴드 곡

제이팝 군국주의 논란은 4인조 록 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가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6일 후지TV의 월드컵 방송 삽입곡으로 신곡 ‘히노마루(일장기)’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래드윔프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37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주제가를 불러 한국에서도 알려진 밴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올려다보면 / 두근거리는 피, 자랑스럽게 / 이 몸에 흐르는 것은 고귀한 이 제국과 영혼 / 자, 가자! 해가 뜨는 나라의 일왕 곁으로’처럼 군국주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자극적인 노래 가사들이 공개되자 ‘군가 같다’ ‘무리한 애국심을 요구한다’ 등 비판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 일부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 ‘애국심을 표출한 것일 뿐이다’며 옹호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밴드 보컬 노다 요지로(野田洋次郞) 씨는 신곡 발표 직후 논란이 일자 “좌도 우도 아닌, 내 나라를 부르고 싶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밴드의 공연장에서 항의를 하겠다며 집단행동을 할 계획도 밝혔다. 노다 씨는 11일 “군가를 만들 의도가 없었지만 상처 받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SNS에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배외주의 VS 표현의 자유

포크 듀오 ‘유즈’가 4월 발표한 앨범 수록곡 ‘외국인 친구’도 가사가 논란이 됐다. ‘TV에선 심각하게 좌다 우다라고 말해 / 하지만 너와 본 야스쿠니의 벚꽃은 예뻤다 / 아름다운 일본, 평화로운 일본’ 등의 가사에 야스쿠니(靖國) 신사 같은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황선업 일본음악 평론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가사가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SNS를 중심으로 파급력이 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음악감독을 맡은 여성 가수 시이나 링고(椎名林檎)도 군국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5년 전 발표한 ‘새로운 문명개화’란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노래했고 2014 월드컵 주제곡으로 발표한 ‘닛폰’ 가사에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내용을 담아 일본 언론으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쓰지타 마사노리(辻田眞佐憲) 군가연구가를 인용해 “애국가 같은 일본 대중음악이 국수주의를 자극하기 쉽고 배외주의 움직임으로 이어져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마스다 사토시(增田聰) 오사카 시립대 교수는 “가수들의 소박한 애국심을 문제 삼고 그들과 팬을 배외주의자로 몰아넣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제이팝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층의 보수화 경향에 따라 가수들의 가사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열린 중의원 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의 40.6%가 자민당을 지지한다고 답해 전체 연령대 중 최고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도쿄=김범석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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