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핀 ‘50대 기수론’ 원희룡…TK 사수한 권영진·이철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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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생존한 야권 후보는 3명뿐이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면 제주도지사 연임에 성공한 무소속 원희룡 후보(54)가 거의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수준이다.


● 원희룡, 다시 지핀 ‘50대 기수론’

“권력을 만드는 것도, 권력을 바꾸는 것도 도민이고 권력을 통해 제주도의 위대한 업적을 만드는 것도 도민들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원 당선자는 13일 밤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당선 감사 인사에서 ‘도민’을 15번 부르며 감사를 표했다. 원 당선자는 “도민들의 부름과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해 새로운 제주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원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인물 대 정당’이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원 당선자는 4월 10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일각에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복당 가능성이 나왔지만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렀다.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제주도민의 삶에 집중하겠다는 승부수였다. 4년간 제주도정의 성과로 철저히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소장파 그룹의 원조 격인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멤버인 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낙선하면서 원 당선자의 존재감은 보수권에서 더 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앞으로 전개될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원 당선자의 행보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지역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0%대에 이른 만큼 원 당선자가 일부 민주당 지지자 표까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선에서 ‘50대 기수론’을 기치로 나서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원 당선자는 당선 직후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도정에 전념하기로 도민과 약속했다. 당장 민주당에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다른 당에 들어간다거나 눈 돌릴 겨를이 없다”고 했다.


● “보수 결집” 호소로 TK 사수한 권영진·이철우

“4년 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결실을 맺기까지 보듬고 지켜줄 따뜻한 손길이 되겠다.”

대구에선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민주당 임대윤 후보를 꺾고 대구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권 당선자는 당선 인사에서 “전국에서 민주당 바람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그래도 대구경북(TK)만을 지켜주신 시도민들께 감사드린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한국당을 혁신해 보수의 새 길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보수의 본산’으로 꼽힌 대구지만 이번 선거 여론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임 후보가 맹추격하면서 ‘접전지’로 분류됐다. 바른미래당에선 김형기 후보가 출마하며 야권 표 분열도 우려됐다. 선거운동 첫날 한 중년 여성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꼬리뼈 부상을 당하는 일도 겪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당선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내내 “대구만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대구 청구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권 시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 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을 접전 끝에 따돌리고 대구시장 후보로 뽑혔다.

경북에서는 한국당 이철우 후보가 민주당 오중기 후보를 따돌리고 경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경북을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옛날의 위상을 되찾아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세워놓겠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본선보다 어려운 예선을 뚫었다. 한국당 경북도지사 경선에서 3선의 김광림 의원, 재선의 박명재 의원 등을 꺾었다. 이 당선자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머리를 짧게 깎고 13일간의 공식 운동기간 매일 550~600km를 이동하며 광폭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는 유세 때마다 “보수 우파가 무너지고 있다. 민주당이 독차지하면 일당 독재가 된다”고 호소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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