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모든 책임 지겠다” 14일 사퇴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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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완료되면 거취 밝힐 것” 글… 당대표 두 번 모두 중도하차 수순
사퇴 공언했던 바른미래 유승민, 계파갈등-완패 책임론 휩싸일듯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주말 측근들에게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선거에 패배하면 물러나면 된다”고 말했다. 선거 전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재신임을 묻는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얘기다. 대외적으론 “(광역단체장) 7개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로부터 유세 합류를 거부당하는 등 선거 막바지에 오면서 대세를 직감한 것이다.

13일 홍준표 대표는 당사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씁쓸한 표정으로 대표실로 돌아갔다. 그는 곧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영어 문장을 띄웠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그는 “아직도 (출구조사가) 믿기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개표가 완료되면 거취를 밝히겠다”는 글도 추가로 올렸다.

홍 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 등 임시 수습책을 검토한 뒤 이르면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면 두 번의 당 대표를 맡아 두 번 모두 중도 하차하는 불운의 당 대표가 된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엔 총선을 앞두고 ‘당내 반란’으로 밀려났고, 올해는 선거는 진두지휘해 치렀지만 선거 결과의 책임을 지게 됐다.

홍 대표는 당분간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어서 2020년 총선이나 2022년 대선 등 언제든 재기에 나설 수 있다.

보수의 또 다른 축인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 역시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월 바른미래당 창당 직후부터 선거 후 사퇴를 공언해 왔지만 책임론에서 벗어나긴 어렵게 됐다. 선거 초반 유 대표는 경기지사, 대구시장 등 지방선거 출마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했고, 이후 서울 송파을,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 계파 싸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유 대표도 이르면 14일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자유한국당#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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