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9〉사대양 물보다 더 많은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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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녀를 미쳤다고 생각하고 오물과 흙덩이를 던졌다. 부처의 제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미친 여자가 스승님한테 못 오게 막아!” 그러나 부처는 달랐다. “내 앞에 오는 걸 막지 마라.” 여자는 부처의 발밑에 엎드려 서럽게 울었다. 부처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부유한 상인의 딸인 파타카라는 부모의 뜻을 어기고 하인과 눈이 맞아 달아났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만삭이 되자 부모가 그리웠다. 그러나 부모 집으로 가는 도중에 아들이 태어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그랬다. 가는 도중에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진통이 시작되고, 남편은 비를 피할 헛간을 만들 나뭇가지를 자르러 갔다가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 그 상황에서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아침이 되자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강이 나왔다. 간밤에 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 허리까지 찼다. 그녀는 아이들을 한 명씩 건네기로 했다. 그런데 갓난아이를 건네 놓고 돌아오는데, 매가 그 갓난아이를 낚아채 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큰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강물로 뛰어들었다. 두 아이는 그렇게 죽었다. 그런데 부모님과 남동생마저 화재로 죽었다고 했다. 그녀가 실성한 이유다.

부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더 이상 번민하지 마라. 너는 너를 위로하고 안식처가 되어줄 자에게 왔다. 네가 재앙과 참사를 당한 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너는 수없이 되풀이되는 세월 동안, 소중한 아들들과 사람들을 잃고 사대양(四大洋)의 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위로의 말로 윤회와 업보의 개념을 설명한 것이다. 파타카라의 상처를 위로한 것은 그녀의 고통을 보편적 실존의 문제로 확장시킨 부처의 자비로움이었다. “사대양의 물은 우리가 흘린 눈물들에 비하면 하찮을 뿐이다.” 부처의 자비로운 눈은 여인의 눈물에서 인류의 눈물을 보았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부처#윤회#자비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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