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도 팔기도 어려워… 재건축 아파트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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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되면 억대 부담금… 보유세-양도세 압박도 첩첩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에 15일 조합원 1명당 1억4000만 원가량의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되면서 정부가 예고한 ‘재건축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제 개편에 따라 세금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라 재건축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은 재건축 준공부터 보유 기간, 집을 팔 때까지 겹겹의 세금 규제에 얽매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16일 서초구가 산정한 2020년 말 준공 시점의 반포현대 공시가격 및 시세 예상치(재건축 후 전용 82m² 기준)를 토대로 이 아파트의 조합원(7년 보유, 1주택자 가정)이 재건축이 끝난 뒤 내야 할 세금을 추정해 봤다. 세금 계산은 김종필세무사사무소의 도움을 받았다.

규정에 따라 이 조합원은 준공 이후 확정 부담금이 부과된 지 6개월 내에 이를 납부해야 한다. 현재로선 예정 금액이 1억3569만 원이다. 이후 아파트를 1년간 보유하면 공시가격 예상액인 12억2800만 원에 대해 보유세를 359만9328원 내야 한다. 만약 준공 후 집을 판다면 예상 시세 14억3000만 원과 2013년 매입 가격(당시 최고 실거래가) 6억2800만 원 간의 차액에 대해 양도소득세 3300만762원이 부과된다. 이 중 보유세는 현재의 규정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향후 보유세가 강화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다음 달 윤곽을 드러낼 보유세제 개편안은 재산세 인상보다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을 통한 고가주택 증세 방안이 유력하다. 종부세 인상 방향은 공정시장가액 비율(현행 80%)을 높이거나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0.5∼2.0%인 현행 종부세율을 최대 3.0%까지 높이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재건축 부담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초과이익에 대해서만 최대 50%를 환수하고 있어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 반포현대도 조합원 평균 약 3억4000만 원의 초과이익이 발생하는데 이 중 1억35000만 원만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2억 원은 조합원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반면 조합원들은 아파트를 갖고만 있어도 수억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 현금으로 수억 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결국 집을 팔아서 내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부담금이 부담스러워 집을 팔고 싶어도 재건축 규제 때문에 퇴로가 막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 설립 이후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를 사실상 금지했다. 서초구 반포동 G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 등 일부 조합원은 지위 양도가 가능하지만 수억 원의 부담금을 안고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부담금이나 보유세제 개편에서 집 한 채를 오랫동안 보유한 실거주자들은 제도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특히 재건축 부담금은 당장 이익이 실현된 것이 아닌 만큼 20년가량 장기 보유한 1주택자만이라도 예외를 인정해 주거나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재건축#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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