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깊이 속죄”… 시진핑에 中관광객 사고 사과 전문 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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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상회담]파격적 표현 쓰며 북중관계 관리
시신 이송 전용열차 편성 지시… 직접 역에 나가 부상자 위로도
中관광객들은 ‘항미원조 여행단’, 6·25참전 유적 등 둘러보려 방북

침울한 표정으로 열차 전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역에서 사흘 전 황해북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관광객 사상자들을 이송하는 자신의 전용열차를 배웅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은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 사진 출처 노동신문
침울한 표정으로 열차 전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밤 평양역에서 사흘 전 황해북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관광객 사상자들을 이송하는 자신의 전용열차를 배웅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은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 사진 출처 노동신문
22일 저녁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로 사상한 중국인 피해자들(사망 32명, 중상 2명)은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중국이 6·25전쟁 때 미국과 맞서 북한을 돕기 위해 참전한 것) 승리 65주년 기념 혁명(紅色)여행단’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안내한 여행사는 과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글들이 올라왔던 중국의 극좌파 토론 사이트 소속이었다.

사고 다음 날인 23일 새벽 평양의 중국 대사관과 병원을 찾아가 위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밤 평양역에 나가 시신과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한 전용열차를 직접 전송했다. 전용열차 편성도 김 위원장 지시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열차에 올라 부상자들을 직접 위로하고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를 만나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위문금과 함께 위문 전문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에게 보낸 전문에서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신들의 도발이 아닌 우발적 교통사고에 대해 “속죄”라는 전례 없는 표현으로 사과한 배경이 주목된다. 북-중 혈맹을 기념하려 북한을 찾은 중국인들이 다수 희생된 이번 버스 참사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복 중인 북-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한 파격적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의 유명 좌파 인사인 쿵칭둥(孔慶東)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24일 웨이보(微博·중국 트위터)에 “황해북도 사고 피해자들이 싱훠(星火)여행단임을 확인했다. 매우 비통하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 좌파는 개혁개방을 비판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옹호한다. 마오쩌둥을 숭배하는 극좌파 토론 사이트 우유즈샹(烏有之鄕) 편집장이자 이 사이트가 운영하는 우유즈샹문화미디어공사 소속 싱훠여행단 사장인 댜오웨이밍(“偉銘)도 이번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유즈샹에는 과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해야 한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북-미 협상을 앞둔 최근에는 “핵실험 중단이 핵무기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이 트럼프(미국 대통령)와 대결해 중대한 승리를 거뒀다”는 주장의 글이 게시됐다. 좌파 학자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은퇴한 고위 관료, 관변 기관 연구자들도 글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여행단에도 이들 일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싱훠여행사는 홈페이지에 “항미원조의 위대한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지원군 선열의 휘황한 업적을 기억하기 위해, 중북 양국 인민 간 우의를 계승하기 위해 북한으로 가는 혁명여행을 조직한다”며 이달 18∼24일 7일 일정의 ‘혁명여행객’ 30명을 모집했다. 1인당 5900위안(약 101만 원)인 이 일정은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6·25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마오쩌둥 아들 마오안잉(毛岸英) 묘 참배 △중국인민지원군사령부 참관 △평양 항미원조전쟁승리기념관과 미국 푸에블로호 참관 등이 포함됐다. 홍콩 싱다오(星島)일보는 “사고 발생일 오후 일정은 (양국이 항미원조를 상징하는 전투로 선전해온 상감령 전투가 있었던) 평강군 상감령을 멀리서 바라보며 당시의 혹독했던 전투 현장을 회상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황인찬 기자
#파격적 표현#북중관계 관리#시신 이송 전용열차 편성 지시#부상자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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