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금씩 줄이겠다고? 술은 그런게 아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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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다니엘 슈라이버 지음/248쪽·1만5000원/스노우폭스북스


‘그만 좀 마셔야지’라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비가 와서, 승진을 해서, 승진에서 누락돼서….

이 책은 그렇게 시나브로 젖어 들어가 거의 알코올 중독 상태까지 이른 저자가 음주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수렁에서 빠져나온 이야기다. 당연히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빠져나오는 방법’이겠지만 허무하게도 ‘방법’은 특별한 게 없다. 그저 단칼에 ‘안 마시기 시작하는 것’뿐.

그 대신 저자는 ‘음주를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착각’과 ‘금주로 인해 할 수 있게 된, 미처 생각 못했던 것’을 강조한다. 음주가 우연에서 습관, 습관에서 문제로 진행되는 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고, 술을 끊고 나서도 음주에 익숙해진 뇌 구조는 평생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 따라서 일정 기간 금연했다고 흡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흡연에서 못 빠져나오듯이, 술도 절주로 점차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술이 열정과 도전으로 꽉 채워져야 할 인생의 골든타임을 소멸시킨다고 말한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지금보다 더 승진했다거나, 통장 잔액이 늘었거나, 더 좋은 배우자를 만났을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지금보다는 자신을 위해 더 많이 시간을 썼을 테고 그 만큼의 결과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실제 저자는 술에 의지해 살던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마감시간까지 마치도록 계획하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점심시간에 요가하기 같은 것들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애주가의 고백#다니엘 슈라이버#술#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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